[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대구은행장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들이 김 회장에게 자회사 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 불참을 요구해, 그의 결정 권한을 박탈한 것이다. 대구은행 노조와 금융감독당국의 위법성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사진=DGB금융] |
김태오 회장은 사외이사 5명과 함께 총 6명으로 구성된 자추위 위원이다. 하지만, 후보자 자격기준을 결정한 작년 회의만 참석하고, 1월에 열린 대구은행장 결정 회의는 참석하지 못했다. 회의가 시작되자 사외이사들과 인사만 나눈 뒤, 자추위 위원장인 조해녕 사외이사 등 이사들이 회의장에서 ‘퇴장’을 요구했고 김 회장이 받아들인 것이다.
자추위는 대구은행장 최종 후보자 2명을 심사했지만, 김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으로 의견이 이미 모아진 상태였다. 회장 후보자격 심사를 받은 바 있어 은행장 적합심사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김 회장이 자추위에 참석하면 ‘셀프 추천’ 논란을 사고 노조와 감독당국에서 위법성에 시비를 걸 것으로 우려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자신의 연임을 결정하는 회의에 금감원의 반발을 의식해 불참한 점을 고려했다. 예상대로 노조는 “자추위에 이해당사자(지주회장)가 개입함으로써 회의 결과에 대해 위법성이 있다“며 “(자추위의 겸직 결의는)무효임을 공표한다”고 반발했다.
자추위가 김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 결정과정에 위법성 차단 조치까지 한 이유는, 대구은행 경영공백사태가 심각하다고 봐서다. 전임 행장이 업무방해 혐의로 실형을 받고 작년 4월 사임한 뒤, 새로운 행장 후보자도 같은 해 7월 사임하는 등 행장 공석사태가 10여개월 간 지속됐다.
DGB금융지주 이사회 관계자는 “대구은행장 공석으로 이어져 온 경영에 대한 공백을 더 이상 지속시킬 수가 없었고 후보군 6~8명의 역량과 은행장으로서의 자질을 종합적으로 심의한 결과 마땅한 후보자를 찾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DGB금융 자추위의 결정을 수용한 대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 회의록을 봐도 “은행장 장기 경영공백 상황의 종결을 통한 조속한 경영정상화만이 현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임을 공감하며, 한시적 겸직체제를 대승적인 차원에서 수용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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