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 침체에 트럼프 리스크도… 국내 철강업계 비상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무역확장법을 근거로 한국산 철강재에 대해 25% 관세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협상 끝에 한국은 대미 수출량을 2015∼2017년의 70% 수준으로 제한키로 했다. 철강재 54개 품목, 263만톤에 대해서만 25%의 관세를 면제하는 대신 이를 넘어가는 물량은 수출하지 않도록 합의했다.
합의 후 대미 수출은 쿼터제 시행 이전 대비 100만톤가량 감소했다. 한국의 대미 철강재 수출은 2016년 350만톤, 2017년 340만톤으로 매년 300만톤을 무난히 넘겨 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수출 쿼터 제한으로 2018년 250만톤으로 감소한 뒤 200만톤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대미 철강 수출량은 259만톤에 그쳤다.
2기 트럼프 행정부도 한국의 철강 수출 쿼터를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25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던 대중(對中) 관세 인상 및 수입 제재 등으로 미·중 무역 갈등 기조는 2025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우리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기 트럼프 행정부는 강력한 관세 정책을 예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당선 이후에는 취임 즉시 중국에 10%의 관세를 더 매기고 멕시코와 캐나다엔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한국의 철강 수출 쿼터를 줄일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다"면서도 "모든 불확실성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출길 막힌 중국산 철강 한국 시장 추가 유입 시 버텨낼 재간 없어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발간한 '2025년 국내 주요 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철강 수요는 지난해 대비 0.6% 감소할 전망이다. 중국산 철강의 공력적인 시장 침투로 수급 부담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보고서는 "전방산업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으로 위축된 국내 시장은 지난해 10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원가 부담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예상된다"며 "조선 건조물량 증가에도 중국산 저가 제품의 시장 침투로 2024년 국내 후판 수요는 800톤을 밑돌았고 부진한 업황은 2025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원가 절감, 생산 효율화, 공장 폐쇄를 통해 수익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7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에 이어 1선재공장을 추가 폐쇄했다. 1선재에서 생산하던 고강도 타이어코드, 선박 및 자동차용 용접봉 등 강재는 포항 2~4선재공장에서 전환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제철도 포항2공장 제강, 압연 생산시설 셧다운을 위해 노조와 협의 중이다. 포항2공장의 연간 생산규모는 제강 100만톤, 압연 70만톤으로 현대제철 전체 생산 물량의 5%를 차지한다.
업계는 정부의 도움을 호소한다. 현대제철은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중국산 후판에 이어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 중국이 과잉 생산된 제품을 한국으로 밀어내면서 피해가 커진 영향이다.
중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에 범람하면서 정부가 잠정관세 부과로 기업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잠정덤핑방지관세는 덤핑 관련 최종 결론이 나기 전 임시로 부과되는 관세다. 무역위가 약 3개월간 진행되는 예비 조사에서 '덤핑 사실 및 국내 산업 피해' 관련 '긍정 판정'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조사 완료 시까지 수입하는 물량에 대해서도 관세 적용이 가능하다. 현대제철이 지난해 7월 덤핑 행위를 제소하면서 이달 예비 판정이 나오면 2월 중에 잠정 반덤핑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철강재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시장 교란 행위가 극에 달했다"며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저가재가 범람해 기업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위기를 헤쳐 나가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