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 오후 16.4원 오른 1451.9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17.5원 오른 1453.0원에 개장한 뒤 1450원 전후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환율이 1450원을 넘긴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3월 이후 15년9개월 만에 처음이다.
달러 강세는 연준의 매파적(긴축 선호) 금리인하 결정이 영향을 미쳤다. 연준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서 내년 금리인하 폭은 기존 1%포인트에서 0.50%포인트로 낮췄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인플레이션 전망이 다시 높아짐에 따라 금리 전망 중간값도 다소 높아졌다"며 "인플레이션이 더 강해지면 금리 인하 속도를 더 늦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연중 최고치인 108을 넘어섰다.
외환당국 변동성 잠재우기… "단기 상단 1500원 상향"
환율이 급등하자 외환당국은 시장 개입에 나섰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거시경제금융회의(F4 회의)에서 "24시간 금융·외환시장 점검체계를 지속 가동하면서 과도한 변동성에는 추가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이 1450원대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 잠재우기에 급급한 모습이지만 환율이 단기적으로 1500원을 뚫고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상계엄에 이어 탄핵정국에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올해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10% 넘게 폭락했다.
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와 맞물린 원화 약세 압력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상반기 평균 환율을 1400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서 주요국 통화 가치가 급락했다"며 "단기적으로 환율 상단을 1500원으로 상향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