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IPO를 진행 중이었던 ▲삼양엔씨켐 ▲데이원컴퍼니 ▲모티브링크 ▲아이에스티이 등 4개 기업이 일정을 내년 1분기로 변경했다. 이 중 삼양엔씨켐과 데이원컴퍼니, 모티브링크는 12월 상장할 예정이었지만 상장 일정마저 연기했다.
삼양엔씨켐과 데이원컴퍼니는 내년 1월 상장할 예정이다. 모티브링크는 2월 증시에 입성한다.
올해 하반기 공모주 한파로 상장을 철회하고 내년 초 IPO를 재시도 할 예정이었던 기업들도 적절한 IPO 시점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케이뱅크 ▲동방메디컬 ▲미트박스글로벌 ▲씨케이솔루션 ▲오름테라퓨틱스 등은 내년 초 IPO를 추진하겠다는 예정이었지만 연기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IPO를 진행 중인 기업들도 흥행 부진을 우려해 자진해서 몸값을 낮췄다. 온코크로스는 수요 예측 후 공모가를 당초 희망 밴드보다 낮게 결정했다. 온코크로스의 희망밴드는 1만100~1만2300원이었지만 온코크로스는 공모가를 하단보다 28% 낮춘 1만3000원에 잡았다. 온코닉테라퓨틱스도 희망밴드 1만6000원~1만8000원보다 19% 낮은 7300원에 공모가를 결정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탄핵 정국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공모주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모주 시장은 일반적으로 증시가 활발한 상황에서 함께 활성화된다.
그러나 최근 정치 불안 영향으로 국내 시장 투심이 위축되고 거래대금이 축소된 상황이다. 이에 공모주들은 흥행 부진에 대한 우려를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의 급등도 공모주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 11일 원/달러 환율은 1432.20원에 마감하며 1430원대에서 머무는 모양새다. 탄핵 정국으로 인한 국내 정치 불안으로 원화가 약세인 상황에서 글로벌 달러화 강세까지 가세한 영향이다.
IPO의 경우 국내 투자자는 물론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도 공모 자금을 모집해야 한다. 특히 국내 자금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공모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해외투자자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환율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되며 공모주에 대한 투심을 위축시킨다.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 통화가치가 하락해 투자자산 가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아울러 원화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중장기적으로 국내 기업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의 장래성에 투자하는 공모주에 대한 투심을 약화시킨다.
상장을 준비 중인 모 기업 관계자는 "IPO를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현재 시장 상황을 보고 있는 중"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IPO를 추진하기엔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적정한 기업 가치를 평가받기 위해 향후 정치 상황과 증시 안정 상황을 확인한 뒤 IPO를 본격적으로 준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국이 방향성을 잡고 증시가 안정을 되찾기 전까지 공모주 시장은 지속적으로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상장 과정에서도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렵고 상장 이후에도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PO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며 "공모주들이 상장 이후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일반청약 평균 경쟁률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시장의 주가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면서 종목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