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은 전날 누적 이익잉여금(배당금) 일부인 400억원을 본점에 송금했다. 이는 올해 3분기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누적 순이익(292억원) 대비 약 1.37배 많은 액수다.
증권사를 비롯한 외국계 기업들이 배당 명목으로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수익을 본사로 보내는 관행은 어제 오늘일은 아니다. 통상 외국계 증권사는 '지점' 형식으로 국내에 진출해 있어서 수익을 본점에 송금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챙긴다. 일반 회사로 치면 배당과 비슷한 개념이다.
2022년 기준 제이피모간증권은 결산이익금을 본점으로 보내기 위해 1020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고, UBS증권은 같은 해 8월 이익잉여금의 일부인 420억원을 본점으로 송금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도 각각 700억원, 414억원가량을 본사로 보냈다.
일각에선 외국계 증권사의 본점 송금 규모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메릴린치증권은 2020년 8340억원, 지난해 400억원을 본점에 송금했다. 올해 메릴린치증권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446억4395만원)대비 2배 가까이 감소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배당잔치'를 벌인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가 국내에서 발생한 이익잉여금을 본국으로 송금할 경우 송금된 자본이 한국 경제에서 재투자되지 않아 한국 입장에선 좋을게 없다"며 "본점 송금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외국계 증권사의 국내 시장 기여도 등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