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 시달리던 리비안과 전기차 경쟁에 뒤처져 있던 폭스바겐의 합작법인 탄생이 예고된 가운데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윈윈전략'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선 두 회사의 협력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기록중인 현대자동차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본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과 리비안은 최근 총 58억달러(한화 약 8조904억) 규모의 새로운 합작 법인(JV)을 출범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차세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을 위한 전기 아키텍처 소프트웨어 개발, 확장을 위해서다. 폭스바겐그룹이 투자금액 전액을 부담하고 리비안이 기술과 지식재산권만 기여하는 형태다.
합작 법인명은 리비안 (NASDAQ:RIVN)&VW그룹 테크놀로지로 와심 벤사이드 리비안 소프트웨어 개발 수석부사장과 카스텐 헬빙 폭스바겐 최고기술 책임자가 공동으로 이끌 예정이다. 2027년 초 첫 협력 모델들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두 회사의 합작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입지를 위협하는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세 분기 평균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현대차그룹 8.83%(누적 판매 9만1천348대), 리비안 4.06%, 폭스바겐 4.03%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아이오닉5와 신차 EV9의 흥행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30.3% 급등해 현지 전기차 판매 2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가 입지를 지키기 위해선 미국 소비자 맞춤형 상품을 선보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폭스바겐이 프리미엄 모델 아우디 Q6 e-트론, 포르셰 마칸 EV를 비롯해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선보일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모빌아이에 이은 이번 리비안과의 협업은 폭스바겐그룹의 고질적 약점인 전기차 소프트웨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여진다.
최근 현대차는 대형 SUV모델인 아이오닉9, 기아는 EV9 GT를 주력모델로 밀고 있는만큼 리비안의 R1S와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컨슈머 리포트 조사에 따르면 R1S는 대형 SUV 중 성능, 디자인, 기술 측면에서 소유자 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올해 3분기 R1S는 7245대를 팔리며 미국에서 9번째로 많이 팔린 전기차 모델이 됐다.
지난 1분기에는 아이오닉 5와 폭스바겐 ID.4 모델의 판매량을 넘어서며 미국에서 4번째로 많이 팔린 전기차가 되기도 했다. R1S의 치명적인 약점인 생산지연 문제도 폭스바겐그룹의 투자로 해결될 전망이어서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엔진과 전기 모터의 효율적인 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소프트웨어가 하이브리드 차량의 연비를 높이는 핵심요소"라며 "소프트웨어 문제가 해결될 시 정체됐던 폭스바겐의 전기차사업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자동차 관련 산업연구소 관계자는 "전기차캐즘과 트럼프의 친환경차 특혜 폐지로 인해 완성차 브랜드들이 어떻게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것인가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미국 현지시장에서 현대차는 여전히 '가성비' 이미지가 강해 명확한 팬층이 없는 것이 약점"이라 했다. "(효과적인 상품화를 위해서는)보다 정확한 시장 세분화을 위한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는 폭스바겐과 함께 이번 2024 LA오토쇼에서 실내 EV 테스트 트랙시승을 진행한다. 기아는 '일렉트릭 애비뉴'에서 리비안과 함께 최신 전기차모델 시승을 진행할 예정이다.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EV9 GT을 리비안의 R1S과 비교 시승해볼 수 있어 소비자 및 업계의 비교 평가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