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를 강조하는 트럼프의 등장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28일 3년2개월 만에 금리를 3.5%에서 3.25%로 0.25%포인트 낮추며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섰지만 환율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만났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일 1399.7원까지 급등, 전 거래일(1378.6원)보다 17.6원 오른 1396.2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실시되면서 환율을 자극했다. 시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할 경우 대규모 국채 발행, 관세 부과, 금리인하 지연 등으로 '강달러' 요인이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 전 거래일(1380.2원)보다 8.5원 오른 1388.7원에서 거래됐다. 지난 7월3일(1390.6원)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베팅하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달러 강세 배경이 됐다.
한은은 원/달러 환율 흐름을 살피며 오는 28일 예정된 금통위를 개최할 것으로 관측된다. 물가만 보면 한은이 지난달에 이어 금리를 추가로 낮출 환경은 충족됐다.
통계청이 앞서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9(2020년=100)로 1.3% 상승했다. 2021년 1월(0.9%) 이후 3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물가 안정의 기반이 견고해지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환율이 발목을 잡는다.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된 지난 10월11일 금통위 당시만 해도 금통위원들은 "미국이 추세적인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하 시에도 원/달러 환율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2주 뒤인 이창용 총재는 10월25일 "원/달러 환율이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높게 올라있고 상승 속도도 빠르다"며 "지난 10월 금통위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고려요인으로 들어왔다"며 우려를 표했다.
1400원대 원/달러 환율이 '새로운 기준(뉴노멀)'로 자리잡는 경우 금통위는 기준금리 제자리 걸음을 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추가로 금리를 낮출 경우 환율 상방 압력을 자극할 수 있어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미 국채 금리 추가 상승과 관세 부과 우려 등으로 달러화의 추가 강세가 예상되는 반면 해리스 부통령 당선 시에는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 되돌림과 더불어 0.25%포인트 추가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11월 FOMC 회의 결과도 반영되면서 미 국채 및 달러화 지수의 동반 하락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