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증권 한미반도체 리포트 일부. 현대차증권 CI.
[인포스탁데일리=윤서연 기자] 한화정밀기계의 퀄테스트 불합격 이슈가 일파만파 퍼지는 가운데 현대차증권에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관련된 내용을 리포트에 기재하면서 기본적이면서 핵심인 팩트 체크 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다. 문제가 확산되자 은근슬쩍 문구만 수정하는 행태를 보인 탓에 질책이 더 거세지는 분위기다. 미확인된 사실이 외부로 공개되며 주가가 급락하고 결국 주주만 피해를 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18일 ‘한미반도체 : 시장의 오해에 대해 정정합니다’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발간했다. 제목이 기재된 대로 해당 리포트는 앞서 내놓은 리포트의 일부 내용을 정정하는 차원이다.
정정은 크게 두 가지에서 이루어졌다. 먼저 장비사로부터 HMB 제작용 TC 본더를 주문하는 SK하이닉스가 고객사를 다변화한다는 문구를 지웠다. 또 ‘H사가 TC본더 퀄테스트를 진행해 왔으나 실제 평가 기준 미달로 탈락했음이 확인됐다’고 언급했다. H사가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않은 걸 직접 사실로 해석한 듯 적시했다가 언론 보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했다는 식으로 바꿨다. 즉,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내용을 접했고 이는 사실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 여부에 대한 책임은 언론에 떠넘기는 식이다.
여기서 문제는 언론 보도조차 사실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점이다. 퀄테스트 탈락이 최초 외부로 공개된 건 언론 보도를 통해서다. 한 언론은 지난 16일 한화정밀기계가 SK하이닉스의 HBM 제작용 TC 본더 퀄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한화정밀기계 측은 이는 사실이 아니라며 즉각 반박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시점이다. 언론 보도와 한화정밀기계의 반박이 나온 건 모두 지난 16일이다. 그리고 현대차증권의 리포트가 나온 시점은 그로부터 2일 뒤인 지난 18일이다. 즉, 2거래일 동안 팩트를 체크할 시간이 있었다. 현대차증권이 굳이 언론 보도를 통해 내용을 접했고 확인했다는 식으로 기술하지 않아도 된다. 한화정밀기계에 직접 사실을 체크하고, 실제 사실을 따져볼 시간이 충분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기본적인 과정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셈이다.
때문에 현대차증권의 행태에 대해 적잖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라면 누구보다 기업과 소통을 해야 하고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며 “현대차증권은 이번 사태로 그러한 기본적인 절차를 밟지 않음을 인정한 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 보고 이를 사실처럼 받아들인 셈”이라며 “언론사의 보도를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받아쓰기한 꼴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증권으로 인해 한화정밀기계의 주가가 급락하고 시장에 적잖은 혼란이 초래됐다”며 “결국 주주들만 피해를 입은 결과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한화정밀기계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주가는 퀄테스트 탈락 기사에 10%대 하락했고, 현대차증권의 리포트 발간에 6%대 약세를 보였다. 한화정밀기계 측이 반박했음에도 주가의 회복은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취재진의 재방 방지 대책에 대한 질의에 "리서치센터는 연구원 개인의 독립성을 존중하며, 자료를 인용함에 있어 더욱 면밀히 확인 하겠다"고 밝혔다.
윤서연 기자 yoonsy0528@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