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은 정부의 '한국형전투기'(KF-X) 체계개발사업에 따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주도한 결과물이다. KF-21은 현재 가장 실용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4.5세대 전투기를 표방하는데 실전 투입에 앞서 각종 성능 평가를 이어가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 세계 7개국밖에 만들지 못하는 초음속 전투기라는 상징성에도 '보안'에 허점을 드러낸 건 KAI와 주무부처인 방위사업청의 오점으로 지적된다.
'국감'서 난타당한 KAI-방사청
다수 의원이 거론한 북한의 'KF-21' 관련 해킹 시도는 지난 9월에 발생했다. 당시 독일 정부는 한국 전투기에 미사일을 공급하는 독일 업체 '딜 디펜스'(diehl defence)에 대한 북한 해커 조직 김수키 공격 우려를 한국 정부에 전했다. 독일 주요 언론 '슈피겔'이 해당 내용을 보도했고, 한국 여러 언론이 이와 관련된 연속 보도를 한 뒤에야 정부는 조사에 나섰다.
국방부 국감에서 해당 내용에 대해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은 "나중에 확인해 봤는데 독일에 있는 무관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아서 보고를 안 했다고 보고 받았다"고 했다.
의원들은 해킹 시도로 인한 KF-21 관련 기술 유출을 우려하며 질문을 거듭했고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해킹 피해는 없다"고 짧게 답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김병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KF-21 핵심기술이 북한에 넘어가는 일 없어야 하는데 방사청이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도네시아 기술진 관련 기술 유출도 지적됐다. 인도네시아 기술진 A씨는 올해 1월 인가받지 않은 USB 여러 개를 가지고 퇴근하다 적발됐다. KAI는 군사기밀과 방위산업 기술은 없었지만 KF-21 관련 자료와 보고서 등 촬영 사진 자료를 확인했다. 이 중엔 무단 반출 자료도 포함됐다고 한다.
설계도 제작 시 필요한 프로그램인 'CATIA' 관련 파일도 있었는데 해당 인원들이 설계연습을 위해 생성한 것으로 주장했지만 일부 자료와 데이터는 KF-21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프랑스 다쏘시스템의 CATIA는 보안이 매우 강력해서 파일을 직접 유출하기보다는 촬영본을 통해 재구성하는 방식을 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KAI는 최근 기술 유출이 이뤄졌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조사 결과 7년 전부터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 빼갔나… 갑자기 기술이전 덜 받겠다는 인도네시아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는 2034년까지 납부 연장을 요청했고, 올해 1월 기술 유출이 적발됐다. 올해 5월 기술이전을 덜 받는 대신 분담금을 6000억원만 부담하겠다고 통보했고 방사청은 이를 수용했다.
석 방사청장은 지난 15일 국감에서 분담금 상황에 대한 질문에 "분담금은 예정된 금액이 1조6000억원이었는데 인도네시아 요청에 (6000억원으로) 조정하게 됐고 이에 따른 (1조원) 부족분은 재정당국과 함께 확보할 계획"이라며 "(인도네시아와의) 기본합의서 수정은 11월 중 하게 되며 기본합의서와 비용합의서 모두 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산업계는 인도네시아가 KF-21 분담금 지급을 미루면서 규모를 줄여달라는 요구가 시작된 시점과 기술 유출 시도 시점이 겹치는 점에 의문을 제기한다.
석 청장은 기술 유출 시도와 관련해 "공군이 주력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아 그 점에 대한 위협을 느꼈고 대응 무기체계나 취약성을 찾기 위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외부 인력이 오랜 기간 주요 시설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자료를 유출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KAI의 보안 의식에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인도네시아가 강경한 태도로 분담금 관련 통보를 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KF-21은 최초 시험평가를 통해 지난해 5월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에 이어 올해 3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최초 양산 승인을 받았다. 지난 6월25일 KAI는 방사청과 KF-21 20대를 포함한 후속군수지원을 포함, 1조9600억원 규모의 양산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