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한국은행의 통화긴축 기조는 3년2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물가상승률이 둔화한 가운데 심각해지고 있는 내수 부진을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분석된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소폭 둔화된 것도 이같은 결정의 근거가 됐다.
연보라색 넥타이를 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한층 옅어진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통위는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글로벌 '피벗(통화정책 전환)'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2021년 8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시작된 긴축 사이클이 3년 2개월만에 인하로 전환됐다. 지난해 2월 금통위 때부터 시작한 금리 동결 기조도 1년8개월만에 끝났다.
한은이 금리인하를 결정한 배경은 경기·성장 부진이다. 금리를 낮춰 이자 부담 등을 줄여야 민간 소비·투자가 살아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2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보다 0.2% 뒷걸음쳤다. 분기 기준 역(-)성장은 2022년 4분기(-0.5%)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특히 민간소비가 0.2% 감소했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각 1.2%, 1.7% 축소됐다.
통화 긴축의 제1 목표인 '2%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달성돼 금리 인하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도 크지 않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5(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1.6% 올라 2021년 3월(1.9%) 이후 3년 6개월 만의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연보라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한 이 총재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성향의 기준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 7월 금통위 회의엔 회색 넥타이를, 8월에는 분홍색 넥타이를 매고 회의에 참석한 바 있다.
한은 금통위가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으나 '집값·가계대출 안정'이 충족되지 않은 만큼 금통위원들이 금통위원 7명 '전원일치' 합의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671억원으로 8월 말(725조3642억원)보다 5조6029억원 증가했다. 월간 최대 기록이었던 8월(9조6259억원)보다 증가 폭이 약 4조원 정도 줄었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직결된 주택 구입 목적 개별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5대 은행에서 9월 한 달간 하루 평균 3451억원 새로 취급됐다. 8월(3596억원)보다 4%가량 적지만 추석 연휴 사흘을 빼면 평균 3934억원으로 8월에 이어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