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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은행이 나섰다. 15개 은행이 자영업자 경영 컨설팅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은행은 달갑지 않다. '보이지 않는 손'을 의식해 매년 27억원을 반강제로 내놓야하기 때문이다. 은행의 팔을 비트는 전형적인 '관치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업무협약식 참석자들이 11월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유윤대 농협은행 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한종관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이민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임이사, 김도진 기업은행장, 이동빈 수협은행장,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 |
협약식에 참석한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업무협약을 통해 경영여건이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은행은 상생의 정신을 잊지 않고 자영업자의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속과 겉이 달랐다. '경영컨설팅 프로그램'이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A은행의 한 관계자는 "해당 프로그램으로 은행이 얻을 수 있는 메리트가 전혀 없지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금융감독원과 은행들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 논의 과정은 협조 요청보다는 끌고 나가는 강제적 성향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B은행 관계자 역시 "지자체 주도의 경영컨설팅 프로그램의 운영비를 은행이 내달라는 것 아니겠느냐"며 "현실적 감각 없이 만들어진 전형적인 보여주기 행정으로 부작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은행들이 두 유관기관과 체결한 계약서에서 강제성을 띠는 조항을 찾을 수 있다. 은행들이 두 유관기관과 27억원의 재원 출자 계약을 하며 이를 1년 단위로 갱신하는 조항이 문제다. 계약만기 한달 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매년 자동계약되게 조항이 준비됐다.
은행이 이 프로그램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해도 중단하자고 지자체에 요청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융당국과 지자체가 주도해 만든 프로그램에 은행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을 반영하지 않고, 자동 연장하게 만든 것이다.
C은행의 한 관계자는 "15개 은행이 27억원이면 큰 금액이 아니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은행의 팔을 비틀어 재원을 마련하자는 발상 자체가 별로다"라며 "금융당국과 지자체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은행이 없는 만큼 계약은 자연스레 매년 자동갱신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행별로 내야할 금액이 할당된 것도 문제다. 27억원의 재원은 대형은행 6곳(농협·기업·하나·우리·국민·신한은행)이 각 3억원씩, 나머지 9곳이 각 1억원씩 부담하는 구조로 마련됐다. 이 역시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했다는 설명이 무색케 하는 부분이다.
한편 이번 협약에 참여한 15개 은행은 농협·신한·우리·SC제일·하나·기업·국민·씨티·수협·대구·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은행 등이다.
해당 협약은 은행이 경영 애로를 겪는 자영업자를 선정해 소상공인시장진흥재단 또는 서울신용보증재단에 컨설팅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관기관은 전문 컨설턴트를 배정하고 자영업자 사업장 등을 방문해 컨설팅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수익성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각종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은행의 출자를 강제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정말 자영업자를 생각한다면 금액을 크게 해 대출상품을 확대하는 방향이 효과가 있지 이러한 컨설팅 등은 단기적으로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