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결심과 동시에 막막함이 찾아왔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월급쟁이의 삶을 피라미드의 바닥부터 시작한다고 한다면 창업은 아직 지어지지 않은 피라미드 꼭대기에 선 뒤 바닥부터 벽돌을 쌓는 느낌이다. 말도 안되는 비유 같지만 그때는 그렇게 느꼈다.
일단 사업 계획서를 써보기로 했다. ‘빈 문서 1’을 열고 문서 파일을 ‘아 제목 뭘로 해.hwp’로 저장했다. 빈 문서가 채워지면 그에 맞춰 파일명을 바꿀 참이었다. 하지만 한동안 파일명을 바꾸지 못했다. 갓 창업을 결심한 사람이 회사의 비전, 수익 모델, 매출 계획, 투자 계획, 출구 전략 같은 내용을 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과학놀이 프로그램’이라는 윤곽을 가지고 20% 정도를 써내려 갔다. 여전히 80%가 비어있었다. 그 고민을 해결해준 것은 페이스북과 구글애드였다. 창업, 청년창업, 창업 아이템, 사업계획서 같은 단어를 많이 검색해서 그런지 이따금 관련 광고가 뜨기 시작했다. 각종 창업지원 프로그램에 눈길이 멈췄다. 정부가 창업을 지원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실제 그렇게 많은 지원 프로그램이 있을 것이라곤 생각 못했다. 아무것도 없이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 전선에 뛰어든 사람을 위해 지원금과 사무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도 있었다. 이를 활용키로 했다.
지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에 선정되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 선정되면 좋겠지만 사업계획서를 쓰는 연습이라고 생각했다. 서류 단계에서 여러 번 떨어졌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창업 아이템이 다른 사람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일까’라는 고민을 했다. 몇 차례 ‘낙방’을 거듭하며 깨달았다. “단순히 지원서에 적으란 것만 적어서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이템 소개와 파급 효과, 사업 동기, 시장 규모, 매출 목표 같은 것을 담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사업계획서를 쓰면서 또 다른 성과도 얻었다. 어렴풋하게 그리고 있던 사업의 윤곽이 잡혀갔다. 사업 동기와 시장 규모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과정은 그런 도움이 됐다.
끊임없이 낙방하고 지원서를 다시 쓰고, 또 낙방하던 8월 어느 날.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아이디어 융합팩토리 팩토리랩’ 창작자로 선정됐다. 공지 사항에 뜬 이름을 보고 믿기지 않아 동업자와 서로를 꼬집었다. 눈물도 찔끔 났다. 석 달짜리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 프로그램 덕분에 얼마나 용기를 백배하게 얻었던지. 바닥까지 떨어지던 자신감이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다. sol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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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과 '소확횡'을 뒤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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