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주가는 이날 오전 10시30분 현재 71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20일 73만5000원보다 2만2000원(-2.99%) 빠진 금액이지만 여전히 71만원을 웃돈다.
고려아연의 주가는 영풍과 MBK가 공개매수를 선언한 이후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 12일 종가기준 55만6000원이던 주가는 공개매수 발표 직후인 이튿날 66만6000원으로 20% 가까이 급등했고 19일엔 70만7000원, 20일엔 73만5000원으로 상승세를 거듭했다.
현재 주가는 영풍·MBK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인 66만원보다 8%가량 높은 수준이다.
영풍과 MBK 입장에선 가격 조정 여부를 결정해야는 상황이 됐다. 주주들이 현재 주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개매수 가격에 주식을 매도할 가능성이 낮아서다.
이 상태에서 공개매수가 종료되는 10월4일이 도래하면 MBK·영풍의 고려아연에 대한 공세는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가격을 올리면 공개매수 성공 확률이 증가하지만 덩달아 투입해야 할 자금 규모도 불어나기 때문이다. 영풍과 MBK는 고려아연의 지분을 최소 6.96% 매입하는 것을 목표로한다. 기존 공개매수 가겨인 66만원을 기준으로 투입되는 자금은 9505억원이지만 70만원으로 인상하면 필요한 자금이 1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양측은 인수금융의 절반 가량을 차입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이어서 가격을 올릴 경우 그만큼 차입 부담이 커지게 된다.
통상 공개매수 종료 후 대상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섣불리 가격을 올렸다가 향후 낙폭이 커질 경우 손실을 입을 위험도 염두해야 한다.
영풍과 MBK는 일단 가격 인상 계획에 선을 긋고 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지난 서울 19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공개매수에는 기관투자자가 주로 응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기관투자자들에게는 현재 가격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공개매수)실패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려아연 지분은 대부분 기관으로, 이들은 평균 취득단가가 45만원 아래쪽으로 안다"며 "66만원은 51.4%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공개매수 가격을 조정해야할 요인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영풍과 MBK가 기간 연장 없이 공개매수 가격을 높일 수 있는 기한은 오는 26일이다. MBK는 이번 주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만나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MBK의 움직임을 지켜본 이후 27일부터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