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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최윤범 회장 vs MBK·영풍

입력: 2024- 09- 21- 오전 12:31
© Reuters.  불붙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최윤범 회장 vs MBK·영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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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부터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과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사진=영풍그룹

[인포스탁데일리=김연수 기자] 이번엔 고려아연이다. 불투명한 지배구조에서 촉발된 경영권 분쟁이 고려아연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모투자펀드(PEF)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과 손을 잡고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75년 파트너십에 큰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8일 비철금속 제련 전문업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의 주주환원 정책을 밝혔다. 우선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 확보를 한 뒤 자사주 전량 소각 등의 주주가치 제고 안을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지난 13일부터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공개매수 대상 주식은 최소 144만5036주에서 최대 302만4881주다. 발행 주식 총수(2070만3282주)의 6.98%에서 14.61% 규모다. 현재 영풍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33.13%다. 공개매수가 계획대로 이루어진다면 영풍 측은 40.11%~47.74%의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더불어 배당 정책도 강화할 뜻을 밝혔다. 고려아연의 과거 3년과 5년 주당 배당액은 각각 1만8333원, 1만6800원이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주당 배당액을 2만5000원대까지 끌어올리려는 안을 언급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손을 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건 불투명한 지배구조다. 특히 최윤범 회장 취임 후 주요 재무지표가 하향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최 회장이 취임한 2019년 부채 규모는 약 410억원이다. 올 상반기 부채 규모는 1조4110여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MBK파트너스는 부채액이 늘어난 데는 본업과 무관한 투자 증가도 기인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2019년 3월 이후 고려아연이 투자한 38건 가운데 30곳이 당기순손실을 내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특정한 투자 건 가운데는 원아시아파트너스 출자 건이 있다.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23년 2월 원아시아파트너스하바나1호펀드에 출자했으며, 이 펀드는 카카오와 함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매입에 투입됐다.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는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건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카카오가 상대방인 하이브의 지분 취득을 방해하기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운 혐의가 적용된 걸로 알려졌다. SM엔터테인먼트의 시세 조정 혐의 관련해 김범수 카카오 (KS:035720) 경영쇄신위원장은 구속된 상태다.

이그니오홀딩스 CI. 자료=이그니오홀딩스

고려아연이 인수한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기업 이그니오홀딩스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고려아연이 2022년 5820억원을 들여 이그니오홀딩스를 인수할 때, 그 근거가 터무니 없이 부족했다는 취지다. MBK파트너스 측은 매출 대비 인수가격이 202배에 달하며 최대주주인 영풍에는 A4 용지 한 장으로 보고한 게 전부라며 부실한 인수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악의적이고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에 대해 명예훼손 등 강력한 법적 조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최윤범 회장은 20일 임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MBK라는 거대 자본과의 싸움은 절대 쉽지 않을 것이고 저들의 탐욕도 결코 쉽게 멈춰지지 않을 것”이라며 “온 힘을 다해 MBK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고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경우 이해관계자들이 여럿 존재하기 때문에 쉽사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최 회장 측에도 우호세력이 적잖이 존재할 걸로 보이기 때문에 막판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풍과 고려아연 사이의 균열은 조금씩 일기 시작했었다”며 “70년 넘은 파트너십이 이제 파국을 맞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불린다.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 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 씨 일가가 각각 운영하고 있다. 최윤범 회장이 취임한 뒤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까지 이어졌다.

김연수 기자 bery6@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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