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회장 최윤범(사진=고려아연)
[인포스탁데일리=임재문 기자] 영풍(000670)·MBK파트너스측의 선공으로 시작된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누가 고려아연(010130)의 백기사(우호세력)로 나설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획득을 위한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가운데 그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온 힘을 다해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고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선언했다.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호세력과의 연대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 며칠간 밤낮으로 많은 고마운 분들의 도움과 격려를 받아 계획을 짜낸 저는 이 싸움에서 우리가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며 "대한민국은 추석연휴였지만, 그 밖의 세계는 모두 일을 하고 있어 외국 회사들과 소통하는 데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 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고려아연과 오랜 거래 관계가 있는 일본 종합상사와 소프트뱅크 등과 접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소프트뱅크와는 2년전 스위스 에너지기업 에너지볼트에 같이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만약, 최 회장이 MBK보다 거대 자본을 쥐고 있는 소프트뱅크를 우군으로 확보할 경우 경영권 방어를 위한 ‘돈의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지난 19일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돕는 백기사로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국투자증권은 2022년 최 회장 주도로 진행한 고려아연 유상증자에 1045억원을 투입해 지분 0.8%를 확보했고,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등을 전담하는 수탁사 업무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 담당자들이 추석연휴 시작일 복수의 국내외 사모펀드(PEF)들을 만나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항공개매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이 내용이 전부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또 한화·현대차·LG화학 (KS:051910) 등 고려아연의 지분을 보유한 대기업에서 최 회장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추가로 고려아연 지분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열려 있다. 시장에서는 한화·현대차·LG화학 등 대기업 지분(18.4%)을 고려아연 우호세력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MBK파트너스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MBK파트너스의 김광일 부회장은 "대기업 그룹은 최 회장과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는 우호 지분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것이 가능하지도 않다. 그랬다면 공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3일부터 영풍그룹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주식을 주당 66만원에 최소 144만5036주(6.98%)에서 최대 302만4881주(14.61%)까지 사들일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MBK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최대 2조1332억 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최소한 확보해야 할 지분율은 6.05%로 약 8000억원 규모다. 지난 19일 최 회장은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5%룰) 공시를 내고 영풍 및 장씨 일가를 특별관계자에서 해소한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장씨 일가와 특별관계자에서 해소되면서 최 회장 측도 자체적으로 공개매수를 공시하거나 주식을 매집하는 게 가능해졌다.
하지만, MBK가 공개매수 기간을 추석 연휴와 한글날 등 공휴일이 낀 기간을 택했는데 이에 따른 영업일은 단 10일이다. 최 회장이 단기간에 경영권 방어를 위한 현금을 끌어오는 방법은 우호세력의 지원이 사실상 유일하다.
임재문 기자 losthell@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