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코스피는 257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등 미지근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의 배경에 대한 시장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 2008년 이후 첫 '빅컷'
연준은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0%로 0.5%p 인하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단행된 '빅컷'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는 양호한 상태로 견고한 속도로 성장하고 인플레이션은 낮아지고 있다"며 이번 결정이 경기침체 대응이 아닌 선제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뉴욕 증시에서 다우 지수는 0.25%, S&P500 지수는 0.29%, 나스닥 지수는 0.31% 하락 마감했다.
IM증권은 "연준이 올해 미국경제성장률 2.0%로 제시했으나, 이는 3개월 전예측치인(2.1%) 보다 하향조정된 수치"라며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연준이 경기침체우려로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했다는 우려가 존재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 역시 미국발 '빅컷' 소식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19일 오전 코스피 지수는 2594.67로(0.75%) 상승 출발했으나 곧 하락세로 전환, 257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2580.80으로 턱걸이 마감했다.
외국인은 1조1764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대규모 매물을 쏟아냈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2669억원, 8777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각각 2.02%, 6.14% 하락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SK하이닉스는 전날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목표주가 하향 조정 보고서 여파로 장중 15만원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휴 기간 미국 주식시장에서 애플 (NASDAQ:AAPL), 엔비디아 (NASDAQ:NVDA) 등 일부 대형 기술주가 차익실현 매물로 주가가 부진했다는 점에서 국내 기술주도 단기적 약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긴 추석 연휴 이후 코스피의 반등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며 "관건은 2650선에서 2660선 돌파 및 안착 여부"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성공 시 박스권 등락이 가능하겠지만, 저항에 부딪혀 하락 반전할 경우 9월 저점인 2490선 이하에서 지지력 확보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금리인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신규 유동성 유입, 달러화 약세, 엔-캐리 청산 등의 효과를 유발한다는 것은 대다수가 동의하는 부분"이라며 "이번 연준의 금리인하는 선제적 대응이기에 중기적으로 증시와 경제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 이후 핵심 관건은 경기침체 여부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로서는 연착륙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향후 발표될 경제지표를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는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나, 경기에 대한 불신과 침체에 대한 공포심리가 남아있는 상황에서는 미국 경기에 대한 검증 시간이 필요하다"며 "10~11월 경제지표를 통해 미국 경기 연착륙이 가시화되면 글로벌 증시와 위험자산은 상승추세를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리 인하가 1995년과 1998년의 사례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는 52개월째 경기확장 국면에 진입했으며, 2020년 3분기부터 2024년 2분기까지 실질 GDP 평균 성장률이 2.8%로 잠재 성장률을 1%p 이상 상회했다"며 "현 미국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금리 인하 후 미 증시의 향방은 1995년과 1998년의 전철을 밟아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연구원은 "이 시기 S&P500은 각각 45.2%과 36.0% 상승한 점을 감안시 증시 방향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국면에서 성장주, 배당주 우위와 이익 전망 개선 조합이 이뤄진 바이오와 금융 업종으로 시장의 수급이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