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삼성전자 (KS:005930) 주가는 전날보다 1300원 내린 6만49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6만4800원까지 내리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7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SK하이닉스 (KS:000660) 주가는 이날 15만7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7월12일 장중 24만8500원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36.7%가량 낮다. SK하이닉스 주가는 7월24일(20만8500원) 이후 20만원대 아래로 떨어져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한 때 주가가 20만원에 근접하며 LG전자 시총을 제치기도 했던 한미반도체 역시 이날 6만6300원에 마감했다. 한미반도체의 주가는 지난 5일부터 10만원을 밑돌고 있다.
이들 기업은 올해 AI 시대에 가장 적합한 메모리 반도체로 손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혜주다. 미국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들이 AI 서버 투자에 나서면서 향후 성장성이 담보된 기업으로 시장의 주목받았지만 하반기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반도체주의 부진은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불거진 'AI 거품론'이 확산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크게 꺾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AI의 높은 개발 및 운영 비용에 비해 이를 충족할 만큼의 수익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거품론의 핵심이다.
당초 서버 중심인 AI 투자가 스마트폰, PC 등 디바이스로 확대되면서 수요가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반도체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왔었지만 애플이 유럽 시장에서 아이폰의 AI 기능 탑재를 보류하는 등 예상보다 AI 디바이스 도입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거품론은 반도체 대장주이자 AI 칩 선두주자인 미국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후 나타난 주가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2분기(5~7월)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300억4000만 달러, 주당 순이익 0.6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매출 287억 달러, 주당 순이익 0.64달러를 웃도는 것이다.
시장의 기대를 넘어서는 실적에도 주가는 하락했다. 호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7% 급락한 데 이어 이튿날인 지난달 29일(현지시간)에도 약 6% 급락하면서 종가 기준으로 12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날 하루에만 시총 1980억달러가 증발했다.
반도체 시장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국내 증권사들은 반도체 시장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현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조정은 매수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KB증권은 내년 D램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5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M7(엔비디아·메타·아마존·애플·테슬라·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을 중심으로 AI에 대한 피크아웃 우려 등으로 주가 조정이 이어지고 있으나 AI 인프라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지속적인 성장엔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반면 외국계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최근 '반도체 업황 고점을 준비하라'라는 보고서에서 내년에도 반도체 업황 자체 호조를 보이겠지만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성장을 보여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투자자들은 곧 AI 시장의 호황보다 반도체 업황 사이클의 피크아웃을 더 많이 걱정하게 될 것"이라며 다운사이클 진입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