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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면서 앞으로 금리 인하 시점은 정부 부동산 대책 등의 효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했다.
지난해 2월부터 13차례 연속으로 이어진 동결 행진이다.
이로써 역대 가장 긴 1년 7개월 동안 같은 수준의 기준금리 운용이 이어지게 됐다.
물가는 잡혀가고 내수는 고된 상황이지만, 최근 심상찮은 집값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기준금리 인하를 발목 잡았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물가 상승률 둔화세가 이어지고 내수 회복세가 더디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 변화가 수도권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 외환시장 상황 등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현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과 가격이 치솟고, 금융권 가계대출이 지난달만 5조 3000억 원 불어날 정도로 심상찮은 증가세를 보이면서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주저케 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앞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 2.5%를 기록하면서 무르익은 물가 안정 확신과 2분기 국내총생산(GDP)에서 확인된 소비·투자 등의 내수 부진 등 실물 경제 상황은 금통위에 기준금리 인하 명분을 제공해 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금통위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좀 더 커졌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폭우·폭염 등 기상 악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 공공요금 인상을 비롯한 하반기 불확실 요인이 남아 있어 향후 물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금통위는 앞으로 물가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 △국제유가 △환율 △농산물 가격 △공공요금 등을 꼽으면서 "향후 흐름을 좀 더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분간 물가 상승률은 2%대 초반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봤다.
경제 성장세에 관해서는 "완만히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지난 5월 전망 당시보다 0.1%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물가 상승률 전망도 2.5%로 0.1%p 내렸다.
8월 금통위 개회 장면 /뉴스1
이번 동결은 시장 예상에 대체로 부합했다.
이 금통위를 앞두고 국내 채권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7명이 이번 금통위에서 동결을 전망했다.
금통위는 코로나19 확산 당시인 2020년 기준금리를 0.5%까지 내린 이후 2021년 주요 선진국보다 먼저 인상에 돌입해 1년 반 동안 10회, 총 3%p에 달하는 빠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후 연속 동결에 들어가, 지난 1월에는 '추가 인상 필요성' 문구를 삭제함으로써 추가 인상 여지를 사실상 없앴다. 이어 7월에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검토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은 이번에도 역대 최대인 2%p를 유지하게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오는 9월 정책금리 인하가 최근 시장에서 확신에 가까워져, 다음 달에는 역전 폭이 1.75%p로 한 단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한·미 금리 역전 자체는 계속되면서, 기존 최장 역전 기록인 2005년 8월~2007년 9월(26개월)을 다음 달에 갈아치울 전망이다.
시장은 한은이 10월 혹은 11월 이번 긴축기 첫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