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Times - [시티타임스=한국일반](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우리나라의 대외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순대외금융자산이 역대 최대 규모를 2분기 연달아 경신했다. 계속되는 원화 약세에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줄어든 반면 우리 거주자의 해외 직접 투자와 해외 주식 투자는 활발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 경제의 순 자산국 지위는 10년째 흔들림 없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1일 공개한 2분기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은 8585억 달러로 전 분기(8310억 달러) 대비 275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한은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4년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올해 들어 2개 분기 연속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박성곤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대외금융자산이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와 함께 작년 4분기 이래 3분기 연속 증가한 영향이 크다"며 "특히 이번 분기의 경우 미국에 대한 주식 투자가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의 방향성을 주도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순대외금융자산은 대외금융자산(거주자의 대외 투자)에서 대외금융부채(외국인의 국내 투자)를 뺀 값이다. 대외금융자산은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서 사들인 금융 상품이나 국내 기업이 해외 직접 투자한 금액을, 대외금융부채는 그 반대의 경우를 가리킨다.
한국은 2014년부터 대외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순대외자산국 지위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 제공)
2분기 대외금융자산 규모는 2조 3952억 달러로 227억 달러 증가했다.
주로 미국 주가 상승과 우리 국민의 해외 주식 투자 열풍 등으로 증권투자가 279억 달러 뛴 영향이 컸다. 거래 요인과 비거래 요인이 각각 172억 달러, 106억 달러 확대됐다.
거래 요인은 매매·차입 등 실제 경제적 거래를 통해 자산·부채가 변동한 경우를 의미한다. 비거래 요인은 환율, 주가 변동 등에 따른 자산·부채의 평가손익을 뜻한다.
박 팀장은 "유럽, 일본의 주가 하락에도 미국 나스닥은 전고점 돌파 행진을 이어갔고 이에 우리나라 투자자의 미국 기술주 등에 대한 매수세가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우리 거주자의 해외 직접투자는 지분투자(+81억 달러) 중심으로 전 분기 대비 100억 달러 증가했다. 우리 기업의 해외 생산 시설 투자가 계속되면서 거래 요인은 151억 달러 플러스였으나, 미 달러화 강세로 환산액이 줄면서 비거래 요인이 52억 달러 마이너스를 보였다.
박 팀장은 "강달러로 기타 통화로 표시된 직접투자 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감소하면서 비거래 요인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우리 자동차와 이차전지 기업의 해외 투자가 재개되면서 거래 요인이 더 큰 폭의 플러스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대외금융부채는 1조 5367억 달러로 48억 달러 감소했다.
전 분기에는 대외금융부채가 증가했으나 이번에 외국인의 직접투자와 부채성 증권 투자가 줄어들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은 제공)
우리 경제의 대외 건전성을 보여주는 순대외채권(대외채권-대외채무)은 2분기 말 기준 3815억 달러로 전 분기 말보다 31억 달러 뒷걸음쳤다.
이는 대외채권(1조 397억 달러)이 123억 달러 감소하면서 대외채무(6583억 달러, -92억 달러)보다 더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었다.
대외채권·채무는 각각 대외금융자산·부채에서 가격이 확정되지 않은 지분·주식(펀드 포함)·파생금융상품을 제외한 규모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가치가 유동적인 주식 등을 빼고 현시점에서 규모가 확정된 대외자산과 부채만 골라낸 결과다.
2분기 대외채권을 자세히 살펴보면 외화보유액 총액을 계상한 준비자산(-70억 달러)이 빠르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채무의 경우 단기외채가 9억 달러 늘고 장기외채가 101억 달러 줄었다.
박 팀장은 "단기 대외채권은 예금취급기관 대출금과 중앙은행 준비자산 등을 중심으로 감소했다"며 "장기 대외채권은 수출, 해외 직접투자 증가로 직접투자 관계 기업 간 자금 거래가 확대된 데 힘입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단기외채는 양호한 해외 자금 조달 여건이 이어지는 가운데 예금취급기관의 차입금이 늘어난 영향으로 소폭 증가했고, 장기외채는 원화 약세 영향으로 일반정부와 예금취급기관 등의 부채성 증권 환산액이 급감하면서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외채 건전성 상황을 나타내는 단기외채 비율(단기외채/준비자산)은 34.4%로 전 분기보다 0.8%포인트(p) 상승했다.
또 다른 외채 건전성 지표인 단기외채 비중(단기외채/대외채무)도 0.4%p 오른 21.6%를 기록했다.
박 팀장은 "단기외채 비율과 비중이 지난해 큰 폭 하락한 기저효과로 다소 반등했다"면서도 "과거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단기외채 비율과 비중의 직전 5년 평균은 37.1%, 27.5%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수치가 과거 평균보다 상당폭 낮다.
이에 박 팀장은 "우리 경제의 외채 건전성과 대외 지급 능력 모두 양호한 모습"이라며 "특히 단기외채 비중은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수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