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법적 공방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29일 카카오페이손보에 따르면 지난 26일 삼성화재에 경고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서 카카오페이손보는 "당사의 모바일 가입 프로세스를 무단으로 베낀 삼성화재의 프로세스를 즉각 원복하고, 현 사태에 대해 삼성화재 책임자의 정중한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손보 측은 삼성화재가 지난 3일 개편한 해외여행보험 온라인 상품의 가입 단계, 화면 구성, UI, 레이아웃, 안내문구 등이 자사 상품과 "100% 가까이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사가 업계 최초로 도입한 담보 직접설계(DIY), 국가 선택, 동반 가입하기 단계를 똑같이 추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영근 카카오페이손보 대표는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 앞으로 보낸 공문에서 "당사의 모바일 가입 프로세스는 신생 보험사로서 고객의 보험가입 편의성과 가치 창출을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만들어 낸 창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외적 인지도나 자본력 등에서 현저히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는 대기업이 신생 보험사의 피땀 어린 자산을 무단으로 베낀 것은 공정경쟁이 중요한 가치인 우리 사회에서 업계와 여론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개편 전 삼성화재의 가입 단계가 '생년월일 입력 및 동반가입 선택-기간 입력-여행목적 선택-가입 사항 안내-가입플랜 선택-가입자 입력-알릴의무 질문-가입설계 동의-최종청약 확인' 순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편 후에는 '국가 선택-기간 입력-가입플랜 선택-보장 설계-가입담보 확인-동반가입 선택-가입설계 동의-알릴의무 질문-최종청약 확인'으로 바뀌어 카카오페이손보의 가입 절차와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화재는 표절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온라인 채널에서 해외여행보험 판매를 처음 시작한 게 당사"라며 "보험 가입 과정과 입력정보 등의 내용은 어느 보험사나 동일하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보험은 대면 채널의 과정을 온라인으로 옮긴 것"이라며 "가입 단계별로 보험사 간 큰 차이가 없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비자에게 보다 편리한 보험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고객 리서치 및 인터뷰 결과를 반영하는 등 개편 작업은 지속 중"이라며 "개편을 통해 2015년 중단했던 여행국가 선택 재개와 기존 단체, 부부에 적용됐던 할인제도를 발전시킨 동반형 할인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모방이 아닌 자체적인 개선 노력이 있었음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카카오페이손보의 '100% 일치' 주장은 실제 개편 내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과도한 해석일 수 있다는 것이 삼성화재의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법적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보험사들 간 표절 시비는 주로 상품 설계나 구조에 집중됐다. 모바일 가입 절차와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쟁점이된 것은 보험업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전문가들은 UI·UX 관련 소송의 승소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카카오페이손보가 UI·UX와 관련해 특허 등록을 받지 않은 점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이번 사안에 대해 보탬특허법률사무소에 자문한 결과, 실질적 유사성, 의거 관계, 창작성 있는 저작물 3가지 요건을 충족해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삼성화재의 현재 가입절차 화면을 이용한 보험상품 판매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의 핵심인 해외여행보험은 카카오페이손보의 주력 상품 중 하나다.
카카오페이손보의 해외여행보험은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10개월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신계약 체결의 62.1%가 자체 채널로 자발적으로 찾아오고 있으며, 초기 계약자 기준 재가입률도 30%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앞으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있어 해외여행보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논란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