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자동차산업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왼쪽)가 ‘한국 자동차산업의 진화와 현주소’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한국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이 “지금 같은 노사 관계가 계속되면 한국 자동차산업은 절대 회복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자동차산업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다. 행사에 참석한 교수와 연구원 등 전문가들은 ‘혁신’과 ‘글로벌화’ 등이 한국 자동차산업을 살릴 해법이라고 했지만 정작 현장에 몸담고 있는 이들은 “노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답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발제를 맡은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2013년 이후 한국 자동차산업의 개혁과 발전은 멈췄다”며 “전략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품회사들의 글로벌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명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품사들이 미래자동차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제발표가 끝난 뒤 이어진 토론회에선 전혀 다른 목소리가 이어졌다. 결국 꽉 막힌 노사 관계가 해소되지 않고, 기업을 옥죄는 각종 노동 관련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완성차 및 부품회사가 다시 살아나기 힘들다는 목소리였다.
자동차 부품회사 모임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의 고문수 전무는 “완성차 판매량이 줄면서 가뜩이나 경영 환경이 나빠졌는데 최저임금이 해마다 크게 올라 감당이 안 된다”며 “내년엔 2차 협력업체 중 70%가 최저임금을 주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와중에 주 52시간 근로제(근로시간 단축)가 시행되면서 그나마 주문을 받아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많은 업체가 생존을 걱정한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발제를 맡은 전문가들이 자동차업계가 너무 노사 문제에 매몰됐다고 하는데 노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 그 문제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완성차업체를 대변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김태년 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한국 자동차업계 근로자의 인건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해마다 되풀이되는 노사 갈등 탓에 생산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살아나려면 대대적인 노동개혁이 필요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며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나온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한국 완성차업체의 생산량 감소는 불가피하며 전기자동차 시대가 오면 필요한 부품 수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자동차 부품시장의 규모 축소는 불가피한 만큼 새로운 시장을 찾고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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