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항소심 판결이 SK그룹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헤지펀드 위협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슐리 렌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는 "한국 최대 대기업 중 하나인 SK가 적대적 인수합병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렌 칼럼니스트는 "최태원 회장과 여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을 포함한 친족은 그룹 지주회사(SK㈜) 지분의 25% 정도만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태원 회장이 이혼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지분을 일부 양도하거나 매각해야 한다면 최태원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국내 지배력 기준인 2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고법 가사2부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의 현금성 자산은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자산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 지분(지분율 17.73%)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2심 판결 확정 시 지분 매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렌 칼럼니스트는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헤지펀드 행동주의 캠페인의 위협은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을 문제 삼거나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등 그간 국내 대기업들을 타깃으로 해 왔다.
렌 칼럼니스트는 "SK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은 여전히 낮다"며 "판결로 인한 강력한 랠리 이후에도 애널리스트들이 부여한 평균 가치보다 20% 이상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대기업 할인은 벤치마크인 코스피 지수가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알려진 코스피는 현재 닛케이225(2배), MSCI 차이나(1.3배)에 비해 장부가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렌 칼럼니스트는 "한국은 적어도 10년 동안 강력한 가족 경영 대기업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번 이혼 소송이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