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가상자산의 합법성을 인정하는 전 세계 119개국으로 62개국은 가상자산 규제를 제정했다.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가진 기관은 1900곳에 달한다.
한국은 가상자산 이용자 수가 6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오는 7월 가상자산이용자법이 시행된다. 가상자산법 시행 후 투자자 보호에 중점을 둔 규제와 가상자산 시장의 발전을 염두에 둔 자율성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가상자산 합법성 인정 119개국… 일본, 가상자산 보호장치 구축
글로벌 국가들은 가상자산 투자 열풍에 따라 가상자산을 제도권에 편입하는 움직임이 적극적이다. 미주지역에선 31개국 중 77.4%인 24개국이 가상자산의 합법성을 인정했다.
볼리비아는 가상자산을 불법으로 판단했고 ▲과테말라 ▲가이아나 ▲아이티 ▲니카라과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6개국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아시아 지역의 경우 45개국 가운데 77.7%인 35개국이 가상자산을 인정했다. 이어 ▲중국 ▲미얀마 ▲방글라데시 ▲네팔 등은 가상자산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프리카는 전체(44개국) 중 38.6%인 17개국만이 가상자산을 합법적으로 인정했다. 가상자산을 인정한 전체 국가 중 64.7%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이다.
한국과 가까운 나라 일본은 2019년 자급결제법과 금융상품거래법을 개정해 가상자산 투자자의 보호 장치를 강화했다. 비트코인 등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보고 가상통화로 지칭했으나 투자 기능에 주목해 명칭을 '가상자산'으로 변경했다.
가상자산의 불법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가상자산거래소 등에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용자가 가상자산을 법화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광고 등을 하지 않을 의무 등을 부과하는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정을 마련했다.
일찌감치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한 일본은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새로운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태티스타는 2022년 54억엔(487억원) 수준이었던 일본 가상자산 시장이 2028년에는 20배 넘게 성장한 1142억엔(약 1조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석 연세대 교수는 "한국의 가상자산 계좌는 950만개로 총 주식 계좌의 7분의 1에 달한다"며 "금융당국이 오는 7월 가상자산보호법 시행에 나선 가운데 일본처럼 가상자산을 기초로 한 토큰증권발행(STO), 전환금융 등 비즈니스를 확대해 K-블록체인 생태계를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법 기대와 우려… 2단계 입법 속도 내야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 총액은 2조 5000억 달러로 채권(130조 달러), 주식(109조 달러) 시장보다 크다. 외국인 직접투자(FDI)로 디지털 금융 환경을 조성하려면 국회와 정부, 업계 등 범정부 차원에서 가상자산 시장 육성이 요구된다.
오는 7월 가상자산법 1단계 법안이 시행되지만 가상자산 발행·공시 등 시장 규율에 관한 2단계 법안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이유다. 2단계 법안이 시행되면 가상자산 공개(ICO)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ICO는 새 가상자산을 발행하기 위해 투자자와 자금을 모으는 과정으로 기업공개(IPO)와 유사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7년 가상자산 사기, 시세조종 우려로 ICO를 금지했고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해외로 이탈하거나 우회해서 가상자산을 발행했다. 지난 2월 통합을 결정한 네이버 (KS:035420) 블록체인 프로젝트 '핀시아', 카카오의 '클레이튼'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재단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정유신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겸 서강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과 더불어 가상자산 육성에 관한 2단계 입법도 추진해야 한다"며 "법인계좌를 허용해 법인고객 유치를 통한 수익 기반을 확대하고 산업 육성 관점에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고 신탁·운용업 허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