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와 애플이 잇따라 전략 스마트폰을 내놓거나 출시를 예정하고 있지만 관련 부품주들의 주가는 시큰둥하다. 증권가는 스마트폰 판매가 주춤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낮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3일 오후 3시 현재 애플 아이폰에 부품을 공급하는 LG이노텍은 전 거래일보다 3000원(2.27%) 내린 12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애플이 아이폰 XS와 XS맥스, XR 등 신형 아이폰 3종과 애플워치4 시리즈를 공개했지만 주가는 계속 내림세다. 이날 이후 주가는 6% 가까이 떨어졌다.
같은 기간 연성회로기판(FPCB)을 만드는 코스닥 상장사 비에이치도 10.25% 급락했고 인터플렉스(-3.64%), 실리콘웍스(-1.57%) 등도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출하량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폰 출하량 또한 작년과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충성도 높은 애플 고객 성향을 고려하면 아이폰의 올해 4분기 판매량은 작년 수준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프리미엄 브랜드와 라인업 확대로 판매량 증가 가능성은 있지만 스마트폰 성장 정체 속에 높은 가격으로 교체 수요가 예상보다 적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도 "사양은 기대했던 수준이나 출시 가격은 우리 회사 예상을 웃돈다"며 "애플은 이익 증가가 예상되나 출하량이 더 중요한 주요 부품사들에는 새 아이폰 가격 정책과 평범한 사양이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삼성전자도 갤럭시노트9을 공개했지만 관련 부품주의 주가는 뜨뜻미지근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부품을 생산하는 파트론, 자화전자 등도 주가 흐름이 부진한 상황이다. 과거 애플이나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이 등장할 때마다 부품주들의 주가는 공개 전후로 높은 상승세를 기록한 적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시장의 반응이 시큰둥한 것이다.
박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9 출시로 3분기 휴대폰 부품업체 가동률은 증가하겠지만 전년 동기 대비 낮은 수준으로 하반기 실적 개선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멈췄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4억9260만대다. 지난해(14억7160만대)보다 1.4% 늘어날 전망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2007년 아이폰 등장 후 두 자릿수 성장을 해왔지만 2016년 1.8%, 2017년 1.2%을 기록하는 등 최근 3년새 성장이 정체됐다.
주민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과거처럼 두자릿수로 뛰던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트시리즈의 경우 수량 측면에서 실적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관련 부품주의 경우 차별화된 흐름이 기대되고 있다. MLCC는 부품 사이에 발생하는 전자파 간섭 현상을 막아주는 핵심 부품으로 스마트폰과 PC, 자동차 전자장비에 들어간다. 올해 MLCC의 타이트한 수급이 지속되면서 관련 업체들은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스마트폰 부진에도 2019년 MLCC로 이익규모가 확대될 삼성전기와 카메라 변화에서 최대 수혜가 기대되는 LG이노텍을 최선호주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향후 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에도 첨단기술을 탑재할 것이라며 멀티카메라, 지문인식, 3차원(3D) 센싱, 폴더블 관련 종목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에도 신기술을 적용함으로써 경쟁사 제품과 차별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며 "삼성전자가 향후 중저가 스마트폰에도 멀티카메라,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등 최근 각광받고 있는 신기술을 먼저 적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그는 "부품사 입장에서는 부품 단가의 상승으로 수혜를 입을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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