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1]
[시티타임스=서울] 내년 주택가격 하락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 시장에 먹구름이 꼈다.
그나마 집값 방어가 가능하다는 서울에서도 분양가 보다 낮게 파는 이른바 '마이너스피' 분양권이 등장, 오피스텔이나 생활형숙박시설 등 투자 상품에 집중됐던 마피가 점차 아파트로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 미아 전용면적 84A㎡ 분양권은 11억1790만원에 매물이 등록됐다. 청약 당시 동일 면적 6층 이상의 일반공급 분양가는 11억1190만원이었고, 발코니 확장비 2780만원을 감안하면 2000만원 가량 마피가 발생한 셈이다.
프리미엄을 붙이지 않은 '무피' 매물도 다수 존재한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4월 분양을 했지만, 고분양가 논란이 일며 1년6개월간 미분양이 쌓여있던 곳이다. 그런데 최근 인근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인근 지역의 분양가가 치솟으며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인식이 퍼졌고, 결국 지난 10월 미분양 물량을 모두 털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후 한달여 만에 분양가 보다 내린 가격대에 분양권을 팔아달라는 문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전매기간 단축으로 지난 4월 전매가 풀린 구로구 개봉동 신영지웰에스테이트개봉역도 분양가보다 저렴한 매물이 나오고 있다. 분양가가 8억원이 넘었던 전용 59㎡ 분양권의 경우 5000만원이 빠진 7억685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그간 서울에서 마피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로 오피스텔이나 생활형숙박시설 등에 집중됐다. 이는 규제는 그대로인데 혜택은 못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와 달리 건축법 적용을 받아 그간 대출이나 세금 규제 완화 혜택도 받지 못했다.
실제로 서울 동대문구 오피스텔 ‘힐스테이트청량리역’의 경우 분양했던 전 평형대에서 수천만원씩 떨어진 마피 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인 상황에서 집값이 다시 하락하는 것이 분양권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분양가가 높아졌던 만큼 최근 분양한 아파트 일수록 마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가가 높았다 보니까 수요자 입장에서는 들고가는게 맞는지 고민하는 듯 하다"며 "통장이 아까워 덜컥 계약을 했던 것들도 집값은 떨어지고 있어 싸게라도 던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 분양한 단지일수록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나질 않는 만큼 가격이 떨어질수록 그만큼 손해를 본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아마 신축 분양 단지 위주로 마피가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서울이라도 주변 시세대비 가격차가 크지 않고, 최근에는 가격 하락이 다시 시작되고 있는 만큼 마피가 나올 수 있다"며 "앞으로 분양가보다 낮게 분양권을 내놓는 집주인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