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1]
[시티타임스=서울] 고금리 장기화 상황이 길어지면서 서울의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에서도 청약 당첨 포기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계약을 맺은 뒤 취소하는 사례도 나오는데, 미래의 집값 상승보다는 당장의 대출 금리와 고분양가가 더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서울 지역에서 △강동 중앙하이츠 시티(3차 임의공급)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6차 임의공급) 등의 다회차 공급이 진행됐다. 특히 이달 중순 9차 임의공급을 한 강서구 화곡 더리브 스카이 주상복합아파트는 이달 말 10차 임의공급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 강서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화곡 더리브 스카이 주상복합아파트 9·10차 임의공급 물량이 20가구로 동일하지만, 일부 타입에서 9차 때 없던 물량이 생긴 듯 하다"며 "계약 취소 등의 물량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최근 서울 대형 단지에서도 계약을 포기하거나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대출 이자 감당이 어려운 사람이 늘어난 영향인데, 청약에 앞서 자금 마련 계획 등을 꼼꼼히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분양 시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더 커졌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전월(100.0)보다 7.5포인트(p) 하락한 92.5를 기록했다. 5개월 만에 기준선인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아파트 분양 전망지수는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로, 기준선인 100 아래로 내려가면 주택사업자 사이에서 분양경기에 대한 긍정적 전망보다 부정적 전망이 많다는 의미다.
주산연은 "최근 수도권에서 (아파트) 거래량이 감소하고 매매가격 상승 폭이 줄어들면서 분양시장에 대한 기대감마저 주춤하고 있다"며 "높은 시장 변동성과 함께 수요자의 아파트 가격 민감도가 커진 만큼 주택사업자 부담도 커졌는데, 당분간 분양사업 추진은 어려운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미분양 털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데, 임의공급을 한달에 두 번이나 진행하는 곳이 있을 정도로 (건설사들이) 자금 흐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고분양가 이슈 등으로 계약이 저조할 수 있는만큼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계속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은 줄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89.1)보다 0.4포인트(p) 떨어진 88.7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7.0에서 86.4로 하락했다. 이는 지난 7월 10일(85.6)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0~200 사이의 점수로 나타낸다. 기준선인 100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집을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여경희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부진한 거시경제 흐름·녹록하지 않은 대출 여건이 주택 구매력과 의지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매도·매수자 간 희망가격 간극이 거래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집값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