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타임스=인도/아시아] 섬나라이자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바다를 매립해 육지로 만들어 영토를 넓혀왔지만,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상승시 위험에 처할 수 있어 정부와 기업, 학계에서 대비에 나섰다고 블룸버그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싱가포르는 매립을 통해 영토 크기가 4분의 1만큼 커져 현재는 맨해튼의 두 배에 달한다. 2030년까지 싱가포르는 영토가 4% 더 커질 전망이다.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며 다른 많은 해안 지역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약 3분의 1은 해발 5미터 미만으로 홍수 발생시 재정적 손실이 막대할 정도로 지대가 낮다. 고급 쇼핑몰과 카지노로 유명한 마리나 베이 해안가를 내려다보는 고층 빌딩들에는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인 싱가포르 기반 DBS 그룹 홀딩스, 영국 기반 스탠다드차타드 등 거대 은행이 입주해 있는데, 이 건물들은 모두 싱가포르에서 가장 취약한 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블룸버그가 부동산 회사 CBRE의 자료를 사용해 추정한 바에 따르면 지구가 1.5도 더 더워지면 싱가포르에서 500억 달러 상당의 부동산이 홍수 위험에 직면한다. 특히 위험한 지역인 싱가포르 주롱섬에는 엑손 모빌과 셸 등 석유화학 기업들이 위치해 있다.
2019년 리셴룽 총리는 싱가포르가 해수면 상승을 막기 위해 향후 100년간 1천억 싱가포르 달러를 지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후 싱가포르 정부는 해안을 지키고 홍수를 막기 위한 기금에 50억 싱가포르 달러를 투입했다.
2억 2600백만 싱가포르 달러를 들여 만든 마리나 배라지 댐에는 내부에 7개의 거대한 펌프가 있어 만조나 폭우 시 물을 바다로 배출한다. 이 인공 방벽은 싱가포르 해안선의 70%를 보호하지만, 열대성 폭풍이 늘어나고 해수면이 상승함에 따라 싱가포르는 방벽을 더 강화할 필요가 생겼다.
현재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수문정보학연구소, PUB가 협력해 해수면 상승과 강우량이 싱가포르 해안선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 하는 컴퓨터 모델을 구축 중이다. 이 모델이 2025년까지 완성되면 취약 지역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정부 당국은 싱가포르의 수로에 폭풍과 해일에 대비하는 방벽 건설을 고려 중이다. 방벽은 평소에는 개방해 선박이 이동할 수 있게 만들고 폭풍이 몰아칠 때만 방조제를 닫아 싱가포르의 산업 지대를 둘러싸게 된다. 이 밖에 해안 저수지 제방의 높이를 높이고, 물을 차단하는 조수문을 설치, 흙더미를 쌓아 제방을 높이는 방법 등도 있다.
기업들도 각자 방책을 마련 중이다. 부동산 회사인 시티 디벨롭먼트는 세인트 레지스 싱가포르 호텔, 팔레 르네상스 쇼핑몰, 리퍼블릭 플라자 빌딩에 방벽과 수위 센서를 설치했다. CBRE의 싱가포르 및 동남아시아 지역 ESG 컨설팅 서비스 책임자인 데이비드 포가티는 “아직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업들이 해수면 상승에 충분히 빠르게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열대 나무인 맹그로브를 활용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맹그로브가 굵은 뿌리와 줄기가 파도를 막아주고 최적물을 안에 가두어 해수면 상승을 막는 자연 장벽이 된다. 싱가포르에서는 맹그로브 숲이 폭풍우로 인한 파도 높이를 75% 이상 줄여준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맹그로브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싱가포르는 이 나무를 돌이나 콘크리트로 만든 장벽과 결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 북동쪽의 섬 풀라우 테콩에서 작업자들이 시험 설치한 장비는 복잡하게 설계된 배수구와 펌프망을 갖춰 빗물을 모아 연못으로 흘려 보낸다. 더 많은 물은 바다로도 배출할 수 있다. 이 장비 시스템을 통해 방조 효과도 얻고 해수면 아래 땅도 매립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