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타임스=글로벌일반] 집 근처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누리는 ‘15분 도시’라는 개념이 음모론으로 얼룩지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5분 도시는 거주민들이 자전거나 도보로 15분 이상 이동하지 않아도 필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시 계획을 검토하자는 개념인데, 일부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이것이 사람들을 강제로 집에서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음모론을 펼치고 있다.
이 아이디어는 영국 주류 정치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번 주 보수당 회의에서 마크 하퍼 교통부 장관은 청중들에게 “상점에 가는 빈도를 결정하고, 누가 언제 도로를 이용할지도 정해주려는 지방 의회의 사악한 계획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상의 음모론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15분 도시라는 개념은 2016년 파리 소르본 대학의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도시 계획을 재고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누구나 병원, 상점, 직장 등과 도보로 가까운 거리에 거주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개념은 곧 세계 여러 도시에서 채택됐다.
15분 도시 개념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고 자동차가 대중화되기 이전 전 세계 여러 지역의 도시가 이런 방식으로 건설됐다. 이는 최근에는 바쁘고 혼잡한 지역에서 운전을 하지 않으면서 쾌적하고 자급자족적인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백신 반대론자, 극우 인플루언서 등을 비롯한 음모론자들은 이를 전체주의적 음모로 규정지었다. 이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게시물에서는 15분 도시가 국제기구들의 계획의 일부라며, 사람들이 집에서 15분 이상 이동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15분 도시와 ‘교통량이 적은 이웃(low-traffic neighborhoods)’, 즉 LTN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대중화된 개념이다. 음모론자들은 보행자 통행을 위해 도로를 차단하는 것을 운전자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여겼고,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일부 지역을 저공해 구역으로 설정하는 등의 도로 정책도 비판했다.
일례로 악명 높은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 옥스퍼드시 시의회는 지역 주민들에게 특정 도로를 일정 횟수만 이용할 수 있게 조치했고, 15분 도시 계획의 일환으로 지역 편의시설과 커뮤니티 센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에 분노한 음모론자들은 온라인에 게시물을 올려 비난을 쏟아냈다. 이후 런던, 바스 등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졌다.
블룸버그는 이런 움직임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생겨났다고 진단했다. 기후문제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이들 사이에서 팬데믹이 사람들을 통제해서 집에 머물게 만들려는 음모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퍼져 나가기 시작하면서 편집증적인 음모론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 영국 정부는 ‘탄소 제로’와 기후 변화 정책에 있어서 입장을 바꾸고 있다. 리시 수낙 총리는 휘발유 및 디젤 신차 판매 금지 조치를 2035년으로 미루는 등 정부의 탄소 저감 공약 중 일부를 미루거나 취소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 국민은 환경 관련 정책을 지지하지만 그로 인해 생활비가 올라갈 지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낮은 지지율을 보여 내년 선거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수낙 총리는 당의 핵심 유권층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탄소 저감 공약에 대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