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호선 이용하는 시민. [사진자료=뉴스1]
[시티타임스=서울] 서울시가 월 6만5000원에 서울지역 버스와 지하철 등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통합 환승 정기권 출시를 11일 발표했다. 다만 서울과 교통망을 공유하는 경기도와 인천시가 서울시의 일방적 발표에 반발하는 상황이어서 앞으로의 향방이 주목된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내년부터 대중교통 원스톱 무제한 교통카드인 '기후동행카드'를 출시한다. 내년 1~5월 시범 판매 후 효과가 검증될 경우 7월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기후동행카드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서울 권역 내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실물 카드는 물론 스마트폰 앱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현재로선 해당 카드의 사용은 사실상 서울에 제한된다. 이 카드로는 서울 시내에서 승·하차하는 지하철 1~9호선을 비롯해 경의·중앙선, 분당선, 경춘선, 우이신설선, 신림선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기본요금이 다른 신분당선은 제외된다. 또 서울에서 승차해 경기·인천 등 다른 지역에서 '하차'할 때는 이용할 수 있지만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승차할 때는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없다.
버스의 경우 서울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는 모두 이용할 수 있으며 경기·인천 등 다른 지역 버스나 기본요금이 상이한 광역버스는 서울지역 내라도 이용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이번 '기후동행카드'가 인근 지자체, 즉 경기도와 인천시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다른 지자체와의 연계가 절실하다"며 이를 강조했다. 그는 "수도권은 교통과 관련해서는 한 묶음이 될 수밖에 없다"며 "서울로 출퇴근하는 분들도 서울시민이라는 지론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 인천시와 경기도도 적극 호응해 서울시의 시범 사업 기간부터 함께 사업을 시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인천시, 코레일 등은 서울시의 발표에 발끈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출시 계획에 대해 경기·인천 등 인접 지자체와 사전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라며 3개 지자체가 함께 하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협의체를 통해 도입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상수 경기도 교통국장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2600만 수도권 교통 문제를 사전협의 없이 서울시 단독으로 일방 추진하는 것에 대해 분명하게 유감을 표명한다"며 "하나의 생활권을 가진 수도권의 교통문제는 특정 지자체만의 일방적인 발표가 아니라 3개 지자체간 공동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난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시는) 독단적인 정책 추진 방침에서 벗어나 경기·인천 등과 함께 협력체계를 더욱 공고하게 구축해야 한다"며 "'3개 지자체 교통실무 협의체'를 통해 수도권 통합 환승정기권 등 다양한 수도권 교통 현안을 공동으로 해결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도 비슷한 입장이다. 인천시 역시 전날 "서울시의 '통합환승 정기권' 운영 취지에는 공감하나 일방적 통합환승 정기권 시행 발표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한다"며 "공동생활권으로 묶이는 수도권 교통문제는 인천·서울·경기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일 뿐만 아니라 가계 부담과 기후 위기 대응 측면에서도 공동 대응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교통망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코레일도 부정적 입장이다. 코레일은 "수도권 전철 1·3·4호선 코레일 운영 구간과 경의·중앙선, 분당선, 경춘선 등에 대해 서울시와 기후동행 카드 관련 합의를 한 게 없다"고 전했다. 특히 코레일은 적자 보전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없는 데다 정부가 내년 시행을 준비 중인 대중교통비 환급 지원사업(K패스)과의 중복성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같은 반발에 대해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시 '자체 예산'으로 '서울 권역' 내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을 내용으로 하는 시범사업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경기도와 인천시의 요구처럼 향후 수도권 지자체 국장급 '실무협의체'를 구성·운영해 내년 1월 시범사업 전까지 수도권이 공동으로 해당 사업을 시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