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공사 현장. [사진자료=뉴스1]
[시티타임스=한국일반] 서울 주요 아파트 분양시장에 '훈풍'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무순위에서 겨우 주인을 찾은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올림픽파크포레온 분양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보면 올해 첫 서울 분양단지였던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98가구 모집에 1만9478명이 몰려 평균 198.7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당첨가점은 최저 63점, 최고 75점까지 올랐다.
이어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 11.4대 1(당첨가점 48~70점) △휘경자이 디센시아 51.7대 1(57~77점) △새절역 두산위브 트레지움 78.9대 1(58~69점) △DMC 가재울 아이파크 89.8대 1(59~74점) △서울대벤처타운역 푸르지오 31대 1(51~74점)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 242대 1(58~74점) △용산 호반써밋 에이디션 163대 1(63~79점) △롯데캐슬 이스트폴 98.4대 1(67~79점)△래미안 라그란데 79대 1(55~75점) △청계SK뷰 183대 1(오는 29일 당첨자 발표)까지 '흥행'했다.
◇치솟는 청약 경쟁률·당첨가점·분양가
고공행진하는 건 경쟁률과 당첨가점 뿐만이 아니다.
둔촌주공과 장위자이의 평(3.3㎡)당 분양가는 각각 3550만원, 2839만원이었는데,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 기준 둔촌주공은 13억원, 장위자이는 10억원 대였다. 당시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는데, 이런 인식 역시 해가 바뀌면서 달라지고 있다.
영등포자이가 평당 3410만원의 분양가로 완판된 뒤, 센트레빌 아스테리움(2600만원)과 휘경자이(2930만원) 그리고 새절역 두산위브 트레지움(2693만원)은 '착한 분양가'로 주목받았다.
이어 DMC 가재울 아이파크 3450만원, 서울대벤처타운역 푸르지오 2920만원, 롯데캐슬 하이루체 3490만원으로 '선'을 맞춰가던 평당 분양가는, 선호도 높은 입지에 이르자 롯데캐슬 이스트폴 4000만원, 호반써밋 에이디션 4400만원으로 급등했다.
무엇보다 휘경자이가 들어서는 동대문구 휘경3구역과 지척인 이문1구역의 래미안 라그란데는 평당 3285만원으로 시장에 나와 '4개월 만에 평당 355만원 증가'라는 높은 상승률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가장 최근 분양단지인 청계SK뷰 역시 행정구역상 성동구로 분류되긴 하지만 성동구청보단 오히려 동대문구청이 더 가까울 만큼 휘경·이문동과 멀지 않음에도 평당 4046만원의 '위엄'을 자랑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서울의 중형(전용 62~95.9㎡미만) 아파트 매매평균가격은 11억5577만원. 분양시장에 나온 신축 국평이 10억~13억원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이제 기존 구축보다 신규 아파트 가격이 더 비싸졌음을 실감할 수 있다. 더 이상 '청약 당첨=로또 당첨'의 공식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1월 '분양시장 살리기' 패키지 정책 이후 고삐 풀린 분양가
이렇게 분양시장이 달아오르고 분양가가 '고삐 풀린 듯' 오른 데에는 정책의 효과가 컸다는 평가다.
올해 1월, 전국 대부분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4곳을 제외하고는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됐다. 뿐만 아니라 전매제한완화, 12억원 초과주택 중도금대출, 무순위청약 유주택자 허용 등 한때 '둔촌주공 살리기'로 불린 '분양시장 밀어주기' 정책들이 쏟아졌다.
여기에 계속되는 유럽 전쟁과 원자잿값 인상, 미국의 고금리 기조, 경기부양을 기대했던 중국이 오히려 부동산 위기 등 혼란을 겪는 상황이 겹치는 데 따른 리스크까지 비용에 반영되는 분위기다.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공사비도 더 오르자 점점 더 많은 정비사업지가 좌초 위기에 진통을 겪고 있다. 모두 분양가가 더 올라갈 조짐을 보여주는 요인이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선 가계대출 증가 원인으로 한국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지목하고 있다. 서울의 소득대비집값비율(PIR)도 KB부동산 7월 집계 3분위 기준 10.8로, 중위소득가구가 10년8개월간 한푼도 안쓰고 모아야만 서울에 중위가격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수준이다.
그만 오르면 좋으련만, 또 다른 정책적 변수가 없는 한 현재로선 그마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은 기존 주택을 멸실하고 새로 짓는 구조다 보니 기존 주민의 재산을 평가해 줘야 하는 문제도 있어 재개발·재건축에서 토지가격이 떨어지긴 어렵다"면서 "(최근 신축·분양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는) '30평대 10억 선'이 떨어지긴 어렵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