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에 연일 외국인의 ‘매도 폭탄’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 사흘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쏟아진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조50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전체 순매도액 2조4000억원의 62%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반도체 업황 회복을 늦출 것이란 분석이 외국계 증권사에서 나온 탓이다. 국내 증권가에선 아직 반도체 대세론이 유지되고 있지만 비(非)반도체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외국인, 반도체주 투매
26일 코스피지수는 26.84포인트(1.28%) 내린 2076.76으로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2013년 6월 13일(-9551억원) 이후 최대인 8871억원을 순매도한 것을 생각하면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이틀 연속 3% 넘게 떨어졌는데도 코스피지수는 상대적으로 덜 떨어졌다”며 “국내 확진자 급증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불안이 누그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지수 하락은 대부분 반도체주가 크게 미끄러진 탓이었다. 삼성전자는 1400원(2.42%) 내린 5만65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도 3400원(3.47%) 하락한 9만4600원으로 코스피200 종목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다.
외국인 매도가 반도체 빅2에 집중된 탓이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3973억원어치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도 1367억원어치 팔았다. 지난 사흘 동안 각각 1조1629억원과 3393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승률이 1.25%로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1월 고점(6만2400원) 대비 9.46% 떨어졌다. SK하이닉스도 지난 17일 사상 최고가인 10만5000원을 찍고 9.90% 미끄러져 내렸다.
○메릴린치 보고서 하나에…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메릴린치에서 최근 반도체 업종에 매도 의견을 내면서 국내외 반도체주가 모두 급락했다”며 “코로나19 사태에 반도체 업황 회복이 내년으로 늦춰질 것이란 우려가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먼 우 메릴린치 애널리스트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의 정보기술(IT) 공급망이 하반기나 돼야 정상화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스마트폰과 PC 제조사들의 메모리 반도체 주문량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D램 제조사인 마이크론은 메릴린치가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한꺼번에 두 단계나 내리면서 26일(현지시간) 5.29% 폭락했다.
일본 노무라증권도 코로나19로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 전망치를 4370억달러에서 4290억달러로 낮췄다. 작년보다 6% 증가할 것을 4%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JP모간도 반도체를 비롯한 IT를 은행, 카지노, 소비재, 자동차, 석유화학 등과 더불어 코로나19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업종으로 꼽았다.
○엇갈린 투자의견
국내 증권가에선 여전히 반도체 업종을 밝게 보고 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IT업체들의 생산 차질로 반도체 수요가 타격을 받을 순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가 생산량을 조절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며 “반도체 업황 회복이 훼손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매도세는 그동안 보유량을 크게 늘렸던 것을 조금 줄이는 것일 뿐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며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반등을 주도하던 반도체와 전기차 관련주가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위험 관리 차원에서 비반도체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T 수요 위축으로 반도체 업체들의 1분기 실적이 예상을 밑돌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반도체 중심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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