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효진 기자] 2023년 IPO시장은 초대형 딜의 부재라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시장에 온기가 돌았다는 평가다. 특히 제도변경과 함께 수익률 관리가 용이하면서도 시장에서 소화하기에 부담이 적은 중소형주들이 선전하면서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덕분에 지난해에는 대부분의 공모주가 투자자들에게 쏠쏠한 수익을 안겼다. 다만 걷는 놈이 있으면 뛰는 놈도 있고 나는 놈도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지난해에는 어떤 종목들이 상장 후 시장에서 날아올랐을까? 종가 최고가 기준 2023년 연간 공모수익률 상위 기업들을 살펴봤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수익률이 300% 이상을 기록한 기업은 10곳으로 집계됐다.
2023년 IPO기업 수익률 왕좌의 자리는 LS머트리얼즈가 차지했다. LS머트리얼즈는 지난 12월 12일 코스닥 상장기업으로 사상 두 번째 ‘따따블’(상장일 주가가 공모가격의 400%까지 상승)의 주인공에도 이름을 올렸다. 공모가는 밴드상단을 초과한 6000원에 결정됐는데, 상장 이후에도 주가가 거침없이 올랐다. 지난달 20일 종가가 4만 7300원까지 오르면서 공모수익률은 무려 688%를 기록했다. 덕분에 시가총액은 무려 3.2조원 수준으로 점프했다.
LS머트리얼즈 (KQ:417200)는 LS그룹의 친환경 소재부품 제조업체다. 차세대 전지로 꼽히는 울트라 커패시터를 제조하고 있으며, 자회사 알스코를 통해 알루미늄 소재부품 사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부품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전기차 배터리시스템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말 공모주들의 단체 따따블 열기에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필두로 한 2차전지주들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까지 더해지면서 상승세를 크게 탄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주관사는 KB증권과 키움증권이 맡았다.
공모수익률 2위기업에는 지난해 2월 9일 코스닥에 상장한 꿈비가 올랐다. 꿈비는 2023년 상장 기업 중 처음으로 밴드를 초과한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하고, 청약에서도 1700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달성했다. 이어 상장 후에도 연간 첫 '따따상'(상장일 시초가를 공모가의 2배로 결정한 후 상한가를 달성하는 '따상'후 익일 또 상한가)을 달성하는 등 연초 IPO 돌풍의 주역이 됐다. 이후에도 주가가 승승장구해 3월 27일 3만3700원(수정 주가 2만6221원)까지 올랐다. 공모수익률은 574%에 달했다.
꿈비는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바탕으로 유아가구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 저출산 대책 수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시장의 강력한 수급이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후 조정에 돌입한데다 상장 4달만에 IPO 공모금액의 2배에 달하는 약 2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투심이 약화됐다. 꿈비의 주관사는 키움증권이 맡았다.
3위는 2차전지 양극재 전구체 기업 에코프로머티리얼즈 (KS:450080)로 공모수익률은 488%를 기록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천정부지로 치솟던 2차전지주들의 과열이 진정된 지난 11월 상장한데다 고평가 논란까지 나오면서 공모에서 고전했다. 하지만 정작 상장 이후 레이스에서는 반전매력을 뽐냈다. 공모가는 밴드 하단가격인 3만6200원에 결정됐으며 지난 11월 17일 코스피 시장에 입성했는데, 이후 주가가 불기둥을 세우고 있다. 지난 12월 18일 종가 기준 최고가인 21만3000원을 찍으면서 시가총액이 14조원을 넘겼으며, 현재도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공모에서 일반투자자들의 청약 온도가 더 높았던 만큼 상장 초기에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강했고, 이후 기관이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시세를 끌었다. 이 같은 상승에는 코스피200, MSCI지수 편입 등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연말 2차전지 공모주들에 대한 투자심리를 끌어올리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이 주관사를 맡았다.
공모수익률 4위에 오른 기업은 지난해 1월 27일 코스닥에 오른 미래반도체다. 미래반도체 (KQ:254490)는 공모가를 밴드상단 가격인 6000원으로 결정했다.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모두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고, 상장 이후에도 투심이 꺾이지 않았다. IPO시장에서 무려 9개월만에 첫 따상을 기록하면서 지난 2022년 공모시장의 침체를 끊어내는 신호탄 역할을 했다. 최고가는 상장 2개월여 후인 4월 7일 3만5000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른 공모수익률은 483%다.
미래반도체는 삼성전자 (KS:005930) 반도체 유통기업으로 실적이 반도체 업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공모 당시 메모리 업황이 둔화된 점은 리스크로 간주됐지만 시스템반도체 매출비중을 확대하며 2022년까지 실적 성장을 이어왔다. 2023년에는 실적이 꺾인 상태이지만 주가는 비교적 견고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AI) 서버 시장에 대응하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을 필두로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이 시장 전반에 깔려 있는 영향으로 해석된다. 미래반도체는 신한투자증권이 주관사를 맡았다.
공모수익률 5위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인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이하 큐리옥스)다.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KQ:445680)도 지난해 IPO시장의 반전 주인공 중 하나다. 큐리옥스는 세포 유전자 치료제 대중화의 전제조건인 세포분석 전처리 공정을 자동화한 제품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용화한 회사다. 글로벌 상위 제약사 대부분을 고객사로 확보했고 세계 표준화에서도 핵심 역할을 수행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다만 공모에서는 투자매력을 그다지 인정받지 못해 공모가는 밴드하단으로 확정됐고 청약경쟁률은 10대 1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상장 이후에는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졌다. 지난해 8월 10일 공모가 1만3000원에 증시에 입성했는데 한달내리 오름세를 탔고, 9월 6일 7만1500원의 고점을 기록했다. 공모수익률은 450%다. 이후 주가가 내림세를 타기는 했지만 11월 저점을 찍고 다시 반등에 나선 상태다. 큐리옥스는 2023년 상장한 바이오기업 중 가장 높은 공모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큐리옥스 주관사는 키움증권이 맡았다.
이 밖에도 공모수익률 최고 300% 이상을 기록한 기업은 5곳이 더 있었다. 2차전지 자동화 장비 기업인 케이엔에스 (KQ:432470)(373%), 협동로봇 국내 1위기업인 두산로보틱스 (KS:454910)(368%), AI 마케팅 솔루션 기업인 오브젠 (KQ:417860) (318%), 차량 경량화 부품 기업인 한주라이트메탈 (KQ:198940)(313%), 바이오에너지 등 자원순환 사업을 하는 DS단석 (KS:017860)(300%) 등이다. 오브젠을 제외하면 모두 공모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오브젠의 경우 공모가를 밴드하단에 결정했고 수요예측 및 일반청약 경쟁률도 상당히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