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효진 기자] 코로나19로 반짝한 이후 소외구간에 있었던 바이오섹터는 2023년에도 다른 섹터에 비해 IPO시장에서 썩 사랑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12곳이 상장한 가운데 공모가를 초과결정한 기업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밴드 상단까지 공모가를 확정한 IPO 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5곳으로 섹터의 41.7% 수준에 불과했다. 수요예측 및 청약경쟁률도 평균 600대 1을 밑돌아 전체 시장 대비 뒤쳐졌다.
하지만 2022년과 비교하면 호전된 투심이 관찰됐다. 2022년에는 바이오기업 13곳이 신규상장한 가운데 무려 9곳이 밴드 하단에 미달하는 가격으로 공모가를 확정했었다. 아울러 두곳 정도를 제외하고는 공모경쟁률도 모두 두 자릿수 이하에 그쳤을 정도로 철저히 소외주로 이미지를 굳혔었다.
3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2023년에는 바이오 분야에서 이노진 바이오인프라, 지아이이노베이션, 에스바이오메딕스, 큐라티스, 프로테옴텍, 파로스아이바이오, 큐리옥스, 에스엘에스바이오, 유투바이오, 큐로셀, 블루엠텍 등이 신규상장에 성공했다. 스팩과 리츠를 제외하고 연간 상장기업의 14.6% 수준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비중을 차지했다. 다만 공모규모가 가장 큰 기업의 조금조달이 320억원에 불과했고, 3곳은 자금조달 규모가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을 정도로 작은 규모의 딜이 이뤄졌다.
바이오섹터는 최근 몇 년간 시련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부상했었지만 이후 투자심리가 크게 꺾여 버렸다. 신약기업의 임상 중단 및 실패 등이 이어지면서 기대심리가 싹둑 잘렸고, 기술특례를 통해 증시에 진입한 바이오 기업들의 성과가 지속적으로 부재한 것도 후발 IPO 기업들에 부담을 줬다. 아울러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자금 조달마저 여의치 않아 생존경쟁에 내몰렸다. 2022년 바이오 IPO는 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 OEM/ODM 전문 제조기업 알피바이오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기업의 공모에 먹구름이 끼면서 이 같은 현실을 반영했다.
하지만 2023년에는 전년에 비하면 온기가 다소 지펴졌다. 2022년에는 바이오섹터 전체가 빙하기에 놓였다면, 2023년에는 종목별 차별화가 있었다는 차이가 있었다. 2023년에는 유투바이오가 공모가를 초과 확정했고, 이노진, 바이오인프라, 에스바이오메딕스, 블루엠텍이 밴드상단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섹터 내에서 밴드 상단 이상으로 공모가를 확정한 기업은 5곳으로 총 41.7%를 차지했다.
공모가 확정 결과가 좋았던 기업들은 세포치료제 기업 에스바이오메딕스를 제외하면 △체외진단 서비스 및 의료 소프트웨어 △탈모 및 피부미용 관리 △임상CRO △의약품 유통 등으로 전통적인 영역인 신약개발 기업들과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거리가 있었다.
아울러 시기적으로는 연초와 연말에 상장한 기업들의 공모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았다. 연초에는 중소형 IPO주 전반에 뜨거운 볕이 들었고, 최근에는 금리 정점론이 확산된 가운데 상장일 변동폭 확대로 신규 상장주들이 상장 초기 단체로 폭등하면서 시장이 크게 달아올랐다.
상장일 공모수익률도 평균 49% 안팎으로 크게 뛰어올랐다. 특히 블루엠텍은 상장일 시초가 수익률이 191%를 기록하는 등 가장 높은 공모수익률을 달성했다. 최근 신규상장주들이 상장일에 단체로 랠리를 펼친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후 주가는 단기간에 크게 떨어진 상태다. 아울러 1~2종목을 제외하면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상장일에 모두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지난해 바이오기업의 상당 수가 상장일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던 점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이후 주가 흐름은 공모성적과는 별개다. 2일 종가 기준 주가가 공모가 위에 있는 기업은 지아이이노베이션, 파로스아이바이오,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유투바이오, 큐로셀, 블루엠텍 등이다. 이 중 4곳은 공모가를 밴드 이하로 결정한 기업들로 대체로 공모결과가 좋지 못했다. 현재 공모수익률이 가장 좋은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의 경우 공모가는 밴드 하단으로 결정됐고 청약경쟁률은 10대 1에 그쳤었다.
한편 2024년에는 바이오섹터에 대한 기대감이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이 제약바이오 산업 종사자 8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024년 산업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자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전망은 2023년과는 다른 흐름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2023년에는 산업 전망이 여전히 어두울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기술 수출 증가, 임상 데이터 발표, 원활한 자금 조달, 실적 개선 등이 주요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다만 구조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종목선별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자금조달을 마쳤거나, IPO에 성공해 단기에 자금 조달할 필요가 없는 종목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