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효진 기자] 노브랜드(대표이사 이상규)가 지난 14일 한국거래소의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고 본격적인 상장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 회사는 이마트 PB브랜드가 아니라 30년 업력의 패션 디자인 플랫폼 하우스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이지만 갭(Gap), 에이치앤엠(H&M), 제이크루(J.Crew) 등 소비자에게 친숙한 브랜드의 제품이 노브랜드를 거쳐 만들어지고 있다. 이 같은 대중적인 브랜드 외에도 노브랜드는 프리미엄에서 온라인 기반의 브랜드까지 다양한 고객기반을 확보하고 지난해 매출액도 5000억원을 넘기는 등 지속적인 실적성장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그간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모델도 보다 정교하게 진화시키면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15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노브랜드는 전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승인받았다. 지난 4월 예심을 청구한 지 무려 8개월만에 결과를 통보받았다. 시장 일각에서는 세무조사에 따른 심사지연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예심을 통과한 만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으로 기업공개(IPO)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다. 상장 주관사는 삼성증권이 맡고 있다.
이상규 노브랜드 대표이사는 “코스닥시장 상장의 첫 단계인 예비심사를 통과하게 된 만큼, 증권신고서 제출에 박차를 가해 본격적인 공모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브랜드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의 의류 제품을 직접 디자인해 수출하는 ‘디자인 플랫폼 하우스’다. 1994년 김기홍 회장이 설립했다. 서울 본사 외에도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시장의 트렌드를 발빠르게 포착하기 위해 미국 뉴욕에 디자인 센터를 두고 있고, 그 외 지역에도 지사와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있다.
노브랜드는 단순한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주문자상표부착생산)이 아니라 다양한 바이어의 요구에 부합하는 디자인을 개발하고 생산과 출하까지 책임지는 원스톱 서비스를 하고 있다. 설립 초기 자체브랜드 사업 경험이 있었던 만큼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주문자 개발생산) 업체로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최근에는 ‘디자인 플랫폼 하우스’로 사업모델을 발전시키고 있다. 2년 전부터 컨셉 이미지 한 장만으로 디자인과 소재 결정은 물론, 계절별 시즌 기획부터 시장조사, 색감, 원단 개발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 진행하는 ‘픽 앤 바이(Pick&Buy)’ 시스템을 실행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수주 기반 사업인 만큼 거래선 다변화는 사업의 안정성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다. 노브랜드는 대량 생산뿐만 아니라 다품종 소량 스타일까지 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사 다변화도 이루고 있다.
타겟(Target), 월마트(Walmart) 등 빅 박스 리테일러(Big Box Retailer) 브랜드부터, 갭(Gap)과 제이 크루(J.Crew), 메이드웰(Madewell) 등 스페셜티 스토어(Specialty Store) 브랜드, 그리고 랙앤 본(Rag & Bone), 에일린 피셔 (Eileen Fisher) 등 프리미엄 브랜드(Premium Brand)까지 망라해 업계에서 가장 우수한 바이어 다양성을 확보했다. 여기에 스티치픽스(Stitch Fix), 누즈(Nuuds)와 같은 온라인 및 SNS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까지 편입해 고객 저변을 확장하고 있다.
노브랜드는 생산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지속가능한 생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공장에 모두 스마트팩토리 공정을 도입해 생산 현황이 실시간으로 바이어에게 전달되고 있다. 또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실적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5529억원에 영업이익 477억원을 거뒀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7.7%와 129.1% 늘어난 수치다. 회사는 이번 상장을 발판으로 연구개발(R&D) 및 스마트팩토리 설비 투자를 더욱 강화해 디자인 플랫폼 하우스로서의 역량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