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년여간 국민 재테크로 불렸던 IPO 공모시장이 올해는 급격한 유동성 긴축 속에 직격탄을 맞았다. IPO시장을 표현하는 수식어는 ‘한파’ ‘빙하기’ ‘냉각’ 등등 온통 잿빛투성이고, 투자자들의 시선도 차갑기만 하다. 하지만 겨울에도 꽃이 피듯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안겨준 공모기업들이 있다. 올 한 해 동안 공모 수익률 100% 이상을 기록한 기업들을 되짚어봤다. |
[더스탁=김효진 기자] 리뷰시리즈의 두 번째 기업은 서울옥션 (KQ:063170)과 함께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케이옥션 (KQ:102370)이다. 케이옥션은 올해 1월 24일 코스닥 시장에 올랐는데, 임인년 첫 ‘따상’(상장 첫날 시초가를 공모가격의 2배로 형성한 후 상한가)을 달성하면서 기세를 과시했다. 2021년 연말로 갈수록 IPO시장이 둔화되면서 4분기 ‘따상’을 기록한 기업이 지아이텍 한 곳에 불과했는데, 임인년 초에 케이옥션이 ‘따상’에 성공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다만 아쉬운 대목은 상장 초기 주가가 연중 최고치라는 점이다. 케이옥션은 코스닥 입성 이틀째인 25일 장 중 1만9343원(수정주가 기준)으로 고점을 찍었다. 공모가(수정 공모가 6669원) 대비 수익률은 190%가량이다.
이후 주가는 내리막길을 타 6월 6500원가량의 단기저점을 찍고 2차상승을 시도했다. 주요 모멘텀은 무상증자였다. 6월 21일 보통주 1주당 2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의했으며 익일부터 주가가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7월 5일 권리락을 거쳐 이틀 뒤인 7일 장중 1만7550원까지 올랐지만 반등흐름은 거기까지였다. 이내 하락으로 방향을 잡은 주가는 현재 공모가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상장 초기 주가가 고공행진 한 것은 공모 흥행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옥션은 코스닥 상장을 위해 320억원을 공모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1638대 1을 나타내면서 공모가를 희망밴드 최상단으로 결정했다. 1745곳의 기관투자자가 참여했으며 의무보유 확약비율도 36.8%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청약도 증거금 5.6조원이 모이면서 경쟁률 1408대 1을 기록했다. 회사는 지난 2020년 ‘법인세 차감전 계속사업손실’이 발생해 이익미실현 요건(테슬라 (NASDAQ:TSLA))으로 상장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일반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상장 후 3개월간 환매청구권이 부여됐는데, 이 점도 청약흥행에 플러스 요소였다. 다만 상장 이후 3개월간 주가가 공모가 위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환매청구권이 행사되지는 않았다.
케이옥션은 2005년 설립된 미술품 경매회사다. 미술품의 경매뿐만 아니라 판매∙중개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술품이 투자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국내외 미술품 경매시장이 지난해 크게 달아올랐다. 2020년만 해도 국내 미술품 분기별 낙찰총액이 300억원 안팎을 기록했는데, 지난해의 경우 1분기 500억원대에 이어 2분기에는 9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술품 거래시장에서 특히 경매회사는 진입장벽이 높은데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 사실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성장의 과실이 집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 성장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케이옥션은 2020년 매출 242억원에 영업이익 15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에는 각각 383억원과 136억원으로 점프했다. 경쟁업체인 서울옥션도 2020년 매출 289억원에 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지난해 매출 790억원과 영업이익 197억원을 내면서 턴어라운드했다. 이에 따라 서울옥션의 주가도 1년동안 쉬지 않고 올라 연간 400%가량의 수익률을 냈다. 피어그룹의 좋은 분위기는 당연히 케이옥션에 호재로 작용했다.
케이옥션 만의 차별화된 경쟁력도 있었다. 특히 회사는 IT기술력을 적용해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전략을 폈다. 설립 이듬해 업계 최초로 온라인 경매를 도입했고, 미술품 종합관리 플랫폼인 ‘케이오피스(K-Office)’를 통해 경매 과정 전반을 시스템화했다.
미술품 경매시장은 작품 확보와 물류 역량이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케이옥션은 케이오피스를 통해 업계 최초로 경매 표준화 및 효율화를 이뤘다. 케이오피스는 경매 및 영업 프로세스 전반에서 데이터를 축적한다. 미술품 입고에서 리서치, 미술품 감정, 고객관리, 경매결과 예측 등 전과정을 기록하고, 해당 데이터를 경매 전과정에 다시 사용함으로써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했다. 미술시장의 트렌드, 고객의 니즈 등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도록 고도화도 지속하고 있다.
IT경쟁력은 경매 플랫폼 다양화에도 기여했다. 케이옥션은 온오프라인 모두 참여가 가능한 메이저 경매, 온라인 중심의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 및 위클리 온라인 경매 등 다양한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고객을 다변화하겠다는 계산도 깔렸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온라인 경매 회원 수는 연평균(CAGR) 59%에 달했다. 아울러 경매수수료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익성 개선에도 기여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다만 올해 실적은 지난해 대비 후퇴하고 있다.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은 매출액 245억원에 영업이익 65억원을 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6.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8%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실적호조가 올해 1분기까지는 이어졌지만 이후에는 2분기 연속 하락세다. 시장의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낙찰률도 지난해 80% 수준에서 올해 3분기 60.59%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옥션은 향후 실적성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케이오피스 기능 확장 및 고가 미술품 매입 확대, 전시장 및 수장고 등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케이옥션 타운을 설립해 미술품 경매 및 판매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작가 매니지먼트 및 미술시장에 맞는 신규사업도 진행 중이다. 신규사업은 자회사 아르떼크립토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라인넥스트와 투게더아트에 대한 지분투자를 통해 NFT기반 미술품 유통 시장과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