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SK시그넷으로 사명을 변경한 시그넷이브이의 미래는 어떨까요?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 되면서 급속, 초급속 충전기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새로운 시장진출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특히 SK그룹 우산 아래서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이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이번 기사로 [시그넷 다시보기] 기획기사를 마무리 합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브리드 차를 제외한 전세계 전기차 판매 대수는 473만대로 전년 대비 119% 늘었다. 같은 시기 화석연료 자동차를 포함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4%대 성장에 불과해 전기차 시장 대세론을 증명하고 있다.
사진 = 픽사베이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급속 충전기(50Kw 이상) 시장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충전기 톱5 중 하나인 시그넷이브이의 지난해 (초)급속 충전기 매출은 700억원대로 불과 3년만에 2배 가량 늘었다. 매출 비중도 급속 이상 충전기가 90%를 넘어선다.
# 20~30분 완충 초급속 충전 = 시그넷은 급속을 넘어서 초급속 충전기(350Kw) 시장 침투율을 높이고 있다. 시그넷의 미국 초급속 충전기 시장 점유율은 5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완속 충전기로는 완충까지 5시간 이상 걸리지만, 초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30분 내외에 전기차 배터리가 완충된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수록 초급속 충전기 필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2040년 68조 규모 ... 연평균 33% 성장 = 시그넷은 세계 처음으로 폐배터리 내장형 급속 전기차 충전기 개발에 성공해 일본에서 시범운용 중이며 본격적인 수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정KPMG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25년부터 연평균 33% 성장해 2040년 573억 달러(한화 약 6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원재료 가격 상승, 자원재활용 그리고 ESG경영 트렌드의 영향에 따라 향후 배터리 순환 경제가 주목받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지난해 배터리 원료의 재활용 법안이 발표됐고 중국 역시 국가 주도로 폐배터리 관련 법안이 준비되고 있다. 향후 전기차 보급과 함께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떠오르는 후방산업으로서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
# 시그넷 정관에 추가된 3가지 사업목적 = 시그넷은 최근 정기주주 총회를 통해 사명을 SK시그넷으로 변경하고 4가지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전기자동차 충전기 운영 및 관리 위탁 서비스업과 전기자동차 충전 서비스업 그리고 2차전지 검사장비 제조 및 판매다.
[1] 충전기 운영과 서비스는 단순 충전기의 판매가 아니라 결제가 접목된 충전 시스템의 운영과 서비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지난해 10월 시그넷은 100억원을 투자해 차량용 반도체 기업 넥스트칩 지분 8.43%를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그넷이 넥스트칩과 협력해서 로봇기반 자동 충전 시스템 개발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그룹은 SK렌터카와 SK에너지를 계열사로 두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SK에너지는 2019년 SK주유소를 거점으로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시작했고 2023년까지 190개의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한다.
SK주유소와 SK렌터카 모두 전기차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화증권 기업분석팀은 시그넷의 넥스트칩 지분 확보에 대해 시그넷이 향후 넥스트칩과 협업을 통해 충전기 제어용 반도체 칩을 개발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울러, "로봇 기반 자동 충전 시스템 개발이 더 빠르게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시그넷은 충전과 자동 결제가 연동된 PnC(Plug and Charge) 솔루션을 해외에 공급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PnC 솔루션과 넥스트칩의 사물인식 기술이 연결되면 자율주행차의 충전과 자동 결제 시장 선점이 가능해진다.
[2] 새로 추가된 사업목적 중 하나인 2차전지 검사장비의 제조 및 판매는 기존 시그넷의 전기차 충전기 영역을 넘어서는 새로운 분야다. 전기차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전기차에 탑재되는 2차전지 생산과 관련된 영역이기 때문이다. 2차전지 검사장비는 제조된 배터리의 충방전을 반복해 전기적 특성을 부여하고 전기적 성능을 측정하는 것으로 2차전지와 관련된 장비의 개발과 제작 그리고 판매까지 확대된다. 이 사업은 SK온의 화성 충방전 공정을 활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그넷은 급속충전기의 파워모듈부터 자제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 있기 때문에 2차 전지의 충방전 검사장비 개발과 사업화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3] SK의 2차전지 생태계 = SK시그넷이 2차전지 장비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다면 SK의 2차전지 생태계는 소재부터 배터리 제작과 검사장비까지 빅픽쳐가 완성된다.
SK그룹의 2차전지 생태계. ⓒthe-stock.kr
SKC/SK넥실리스는 동박, SKIET는 분리막, SK머티리얼즈는 양극재와 음극재 등 모두 2차 전지 소재 기업이다. 이들 소재로 SK온이 배터리를 만들고 SK시그넷이 배터리의 검사장비까지 갖춘다면 SK그룹의 2차전지 생태계는 마지막 퍼즐까지 맞춰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 글로벌 커버리지 확대 = 지난 달 주주총회에서 500여억원을 투입한다는 시그넷의 미국 공장 추진 계획과 유럽 그리고 동남아시장 진출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은 말레이시아가 교두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 SK는 쏘카 말레이시아 지분 83.5%를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다. 특히, 신정호 신임 대표는 과거 SK에 있을 때 쏘카의 말레이시아 법인 설립부터 투자까지 관여한 인물이다.
지난 연말 시그넷은 말레이시아 정부 및 기업들과 MOU를 맺고 말레이시아 현지 이륜차와 사륜차의 전기차 부품의 개발과 공급을 지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