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대엔지니어링〉
2월 코스피 상장을 추진중이던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모를 철회했다. 공모가 확정을 위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IPO는 정의선 회장 등의 구주매출이 걸려있어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때문에 수요예측 부진에도 공모규모 등을 바꿔서라도 강행할지 아니면 공모를 철회할지에 시장의 관심이 모였는데, 회사는 결국 공모를 철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8일 공모 철회를 공시했다. 회사는 공모가 확정 후 다음달 3~4일 청약을 진행하고 중순께 증시에 입성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공모 철회로 잔여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회사는 철회사유에 대해 “보통주에 대한 공모를 진행하여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하였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하여 공동대표주관회사 등의 동의 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코스피 상장을 위해 1600만주를 공모하기로 했다. 총 공모주식 수의 55~75%를 대상으로 지난 25~26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그치는 등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활발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요예측 부진에는 증시가 급격한 냉각되고 있는 것과 함께 HDC현대산업개발에서 촉발된 건설섹터 투자심리 악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 뿐만 아니라 실제 IPO시장은 이 번주 들어 전반적으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수요예측에 나섰던 바이오에프디엔씨와 인카금융서비스도 수요예측에서 흥행하지 못했다. 바이오에프디엔씨는 공모가를 희망밴드 중상단 가격에 결정하기는 했지만 경쟁률이 74대 1을 기록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인카금융서비스도 수요예측 경쟁률이 13.69대 1에 그쳤다. 그 결과 공모가를 밴드하단 가격보다 21.7% 낮은 1만8000원으로 확정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신사업을 통한 성장전략 등을 제시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으나 투심이 와르르 무너진 상황에 힘을 쓰지 못했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의 이번 IPO 공모규모는 9264억~1조2112억원이었으며, 희망밴드 기준 시가총액은 4조6293억~6조5247억원이었다. 공모가 희망밴드로는 5만7900~7만 5,700원을 제시했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 외 계열사들이 구주매출을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최종 공모가가 희망밴드 최상단으로 결정될 경우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은 각각 1076억원과 4044억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시장에서는 정 회장이 이번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그룹 승계 용도로 사용할 것으로 내다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