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이경주 기자] 엠앤씨솔루션(MNC솔루션)은 연간 순이익이 300억원에 못미치는데 평가밸류는 1조원이 넘게 산출해 고평가 지적을 받고 있다. EV/EBITDA 평가방식을 교묘히 활용한 결과(관련기사)인데 밸류가 비싸진 것엔 다른 이유도 있다.
이번 IPO로 회사로 유입될 자금(1200억원)을 밸류에 반영했다. EV/EBITDA 평가방식은 순차입금(차입금-현금성자산) 규모에 따라 밸류가 달라지는데, 미래에 유입되는 자금을 현금성자산으로 분류해 밸류를 높였다.
과거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밸류에이션(가치산출)이다. 같은 EV/EBITDA를 택했던 역대 최대어 LG에너지솔루션은 공모자금을 밸류에 녹이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선 엠앤씨솔루션 최대주주인 소시어스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영끌(영혼을 끌어 모은) 엑시트에 나섰다고 지적한다.
김병근 MNC솔루션 대표이사(사진:큐더스 스튜디오 유튜브 캡쳐)
◇ EV/EBITDA 방식 채택, 신주모집액 만큼 밸류업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엠앤씨솔루션은 평가밸류를 1조911억원으로 산출했다. 우선 적용 EV/EBITDA 24배에 적용EBITDA 398억원을 곱해 EV(엔터프라이즈밸류)를 9552억원으로 도출했다. EV에서 순차입금 마이너스(-) 1351억원을 뺀 것이 평가밸류다.
EV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많이 쓰는 지표다. 회사가 보유한 빚(차입)이나 현금을 인수가격에 포함시켜 계산하기 위함이다. 빚이 많으면 그만큼 인수가는 싸져야 한다. 반대로 현금이 많으면 그만큼 인수가는 비싸진다.
EV에서 순차입금을 뺀 금액을 밸류로 보는 이유다. 순차입금은 이자가 발생하는부채(차입)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수치다. 현금이 차입금보다 많으면 순차입금은 마이너스가 된다. 이 경우 밸류는 EV보다 커지게 된다. 즉 EV/EBITDA 방식은 순현금(현금성자산-차입)과 밸류가 비례하는 구조다.
엠앤씨솔루션도 밸류에이션상 순현금이 1351억원이라 그만큼 밸류가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실제 엠앤씨솔루션이 현재 보유한 순현금은 이보다 훨씬 작다. 올 3분기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264억원에 그친다. 여기서 차입금(113억원)을 뺀 순현금은 151억원에 불과하다.
실제(151억원)와 밸류에이션상(1351억원) 순현금이 1200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공모로 유입될 미래자금을 현금성자산으로 분류한 것에 기인한 결과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8만~9만3300원이고, 공모주식수(300만주)에 따른 공모액은 2400억~2799억원이다. 공모액 중 50%는 구주매출이기 때문에 신주모집에 따라 회사로 유입되는 현금은 1200억~1400억원이 된다.
즉 공모가 희망밴드 하단 기준의 유입액(1200억원)을 현금성자산에 포함시킨 셈이다.
◇ LG엔솔‧SKIET는 시장눈높이 의식...IB업계 "욕심내다 시장 훼손 우려"
업계에서 ‘영끌’ 밸류로 보는 건 공모자금을 순현금에 포함시킨 사례가 역대 EV/EBITDA를 택한 빅딜 중에선 흔치 않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적이다. 2022년 1월에 상장했는데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유동성이 우수했던 시기임에도 무리하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공모액이 확정 공모가인 희망밴드 상단(30만원) 기준 12조7500억원에 달했다. 이중 회사로 유입될 신주모집 자금은 80%인 10조2000억원이었다. 이를 순차입금으로 분류했을 경우 밸류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순차입금을 5조5759억원으로 기재했다. 7조1000억원 가량 되는 차입금에서 약 1조5000억원의 현금을 뺀 수치였다.
이보다 반년 전인 유동성이 더욱 넘쳐났던 2021년 5월에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 역시 EV/EBITDA로 밸류를 구했지만 공모액을 순차입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SK아이테크놀로지는 확정 공모가(10만5000원) 기준 공모액이 2조2459억원이었던 빅딜이고, 신주모집으로 인해 유입될 현금도 8983억원으로 상당했다.
물론 공모자금을 순현금에 포함시키는 방식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순현금을 감안하는 밸류 평가방법을 감안했을 때 논리적 문제는 없다. 다만 공모자금이 클수록 순현금에 포함시키면 밸류도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시장 눈높이와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이에 역대 빅딜주자들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최근 빅딜 중에선 작년 말 상장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공모액을 순현금에 포함시켜 밸류를 구했다. 본래 평가밸류가 3조5000억원 수준이었는데 신주모집유입자금(6152억원)을 더해 약 4조1000억원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시장 호응을 얻지 못했다. 기관수요예측이 경쟁률이 17대 1에 그치는 바닥권 기록을 냈다. 이에 공모가도 희망밴드 하단으로 정했다.
업계에선 최대주주가 사모펀드(PEF)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PEF는 목적이 오로지 자금회수(엑시트)라 시장과의 상생을 상대적으로 덜 고려한다는 지적이다. 엠앤씨솔루션의 전신은 모트롤로 두산그룹 계열사였는데 다. 소시어스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2020년 지분 100%를 사들였다.
엠앤씨솔루션의 고밸류는 중개인 역할을 하는 투자은행(IB)업계도 우려하고 있다. 빅딜 주자가 시장 분위기를 훼손하면 그 여파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증권사 IPO 담당자는 “엠앤씨솔루션은 미래실적(4분기 EIBTDA) 뿐 아니라 미래 유입자금(공모액)까지 밸류에 녹였는데 투자자들이 상장 후 기대할만한 주가상승분을 ‘꽉’ 채운 밸류로 본다”며 “PEF가 최대주주인 딜이 무리하게 욕심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빅딜의 무리한 밸류로 기관이나 일반투자자가 손해를 입으면 시장충격이 상당히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적정 밸류로 공모에 도전하는 다른 발행사들에게 피해가 전이된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