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픽사베이
[더스탁=김동진 기자] 전 세계적으로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 한 벤처기업이 리튬티타네이트(LTO) 배터리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LTO배터리는 최신 기술이 집적된 이차전지 제품이다. 기존 전기자동차나 휴대용 전자제품 등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LIB)는 저온에선 충·방전이 잘 안될 뿐 아니라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할 때는 폭발사고로 연결되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반면 LTO배터리는 흑연 대신 리튬티타네이트를 음극재로 사용해 더 넓은 온도 범위(-30 ~ 55°C)에서 작동하고 98%의 재충전 효율을 제공한다. 특히, 400도 이하의 온도에서는 불이 나거나 폭발하지 않으면서도 출력성능은 LIB대비 3배 높고, 충전시간은 10분의 1로 줄어들며, 배터리 수명은 최대 7배 길어진다.
즉, 추운 극지방에서부터 더운 열대지방까지 거의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오랫동안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 가능한 제품이다. 현재 중장비와 조선 해양, 철도, 국방,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분야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장점때문에 이차전지 수요가 커질수록 LTO배터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KBV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LTO 배터리 시장은 2023년부터 연평균 9.4% 성장을 거듭해 오는 2030년엔 84억달러(약 11조5000억원)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도 글로벌 LTO 시장이 2023년부터 10.1% 성장해 2028년엔 73억달러(약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LTO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K-스타트업이 있다. 그리너지가 그 주인공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파우치형 LTO 배터리 업체인 ‘그리너지(대표 방성용)’는 지난 12일 글로벌 에너지 시장 진출을 위해 북미 소재 글로벌 대체투자그룹과 투자계약을 체결해 400억원의 투자금(시리즈C)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그리너지의 누적투자유치액은 약 700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투자 계약은 보통주 발행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그리너지는 2025년 후반부터 필요시 최대 400억원의 투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그리너지 측은 이같은 투자방식에 대해 “국내에서는 흔치 않지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번에 투자한) 글로벌 투자그룹은 최근 2년간 같은 방식으로 복수의 한국 기업에 투자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리너지는 투자자 요청으로 투자사 이름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리너지와 이번 계약을 맺은 투자그룹은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 등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으며,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를 관리하며 전 세계적으로 총 45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너지는 이번 투자계약을 발판으로 글로벌 LTO 배터리 시장에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하면서 미래 성장의 발판을 구축할 방침이다. 특히 경기도 여주 공장을 완공한 후 생산 시설 및 장비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2017년 2월 설립된 그리너지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KS:005380), 테슬라 (NASDAQ:TSLA), 애플 (NASDAQ:AAPL) 등 글로벌 기업들의 전기자동차, 이차전지 분야에서 일했던 전문 엔지니어들이 모인 이차전지 혁신 스타트업이다. 창업자인 방성용 대표도 현대차와 애플, 테슬라 등에서 전기차 연구개발(R&D)을 담당했던 배터리 전문가이다. 그리너지는 특히 배터리 설계의 자유도가 높은 파우치형 LTO 분야에서 경쟁사인 일본 도시바 등을 제치고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방성용 그리너지 대표는 이번 투자계약에 대해 “(그리너지의) 글로벌 시장 진출과 성장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지속적인 혁신과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말했다.
그리너지는 앞서 지난달 중순 영국의 태양광·풍력 독립형 조명(Off-Grid Lighting) 솔루션 업체인 ‘스냅패스트(Snapfas)’와 공동으로 영국 연구혁신청(UKRI)의 자금을 지원받아 2025년부터 영국에서 리튬티탄산화물(LTO) 배터리 셀을 생산하게 됐다. 그러너지는 이를 위해 영국에서 LTO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회사(JV)를 연내 설립할 예정이다. 그리너지 측은 영국 현지 합작법인을 통해 LTO배터리 양산공장이 준공돼 양산이 본궤도에 오르면, 기술 사용료만으로도 최대 수백억원의 수입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