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태영 기자] 현실세계를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이 다양한 산업에 침투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 옴니버스를 2030년까지 반도체 공장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상의 세계에 공장을 구축하면 복잡한 반도체 공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미리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시행착오는 줄이고 효율성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팹리스, 스마트시티 등 적용처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디지털 트윈 시장도 확대되는 추세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AMR은 전세계 디지털 트윈 산업이 2022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약 40% 성장해 1,257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증시를 노크하는 디지털 트윈 관련 기업들도 간간이 눈에 띈다. 대표기업으로는 올해 2월 신규상장한 이에이트가 있다. 이에이트는 국내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시뮬레이션이 탑재된 Level 3의 디지털 트윈을 구현해 글로벌 기업들과 기술경쟁이 가능한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다양한 국책과제를 수행하면서 디지털 트윈 국내 표준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이트는 입자 방식의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 multi-GPU 기술로 입자처리 속도를 CPU기반 대비 100배 끌어올려 규모의 제약없이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에서 레퍼런스를 구축하고 적용시장 및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현재 이에이트는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며 지지부지한 상태다. 지난해에는 실적이 전년 대비 개선되기는 했지만 적자가 이어졌고 올해 1분기에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점 등이 투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와 달리 올해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스마트시티 사업 외에도 디지털 트윈 플랫폼의 국내 대기업향 납품이 기대되고 있고 세계 최고 이미지 기반 3D 모델링 기업 ‘픽스포디’와의 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NDX PRO 예시. 사진=회사 홈페이지
# 국내 유일 LV.3 디지털 트윈 구현 기업… 높은 계산효율 가능한 기술 방식 채택 = 이에이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국내 순수기술로 입자방식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NFOW를 상용화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NDX PRO라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도 구축했다.
디지털 트윈 구현의 핵심은 현실의 데이터를 가상공간에 동기화해 현실과 동일한 조건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이트는 국내에서 유일한 LV.3 단계의 디지털 트윈을 구현할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회사는 입자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통해 현실세계와 99% 흡사한 가상 세계를 구현한다. LV1.은 가상화로 모델링과 데이터 센싱이 되는 단계를, LV.2는 동기화를 통해 모니터링이 되는 단계를 말한다. LV.3은 데이터 시뮬레이션으로 제어, 분석, 모의가 모두 가능하다. LV.3은 현실과의 정확도가 90%에 달한다.
이에이트의 입자 기반 시뮬레이션은 GPU 방식의 기술로, 아직 글로벌 상용화 사례가 드물다. 기존 해외 업체는 CPU 처리인 격자방식을 활용했으나 현재는 디지털 트윈 고도화로 고속병렬 연산해석이 가능한 입자방식 시뮬레이션이 주목받고 있다. 입자방식은 유동, 열전달, 상변화 등 움직임이 있는 다양한 물리 현상이나 대규모 해석에 강점이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격자방식이 95%를 점유하고 있지만 CPU방식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기고 있어 입자방식이 점차 세를 불려갈 것이란 전망이다.
경쟁력의 핵심에는 독자개발한 ‘멀티 GPU 로드 밸런싱’ 기술이 있다. 이는 CPU 사용 솔루션보다 계산속도가 약 100배 더 빨라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규모의 제약없이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어 대용량 3D 모델의 빠른 운용도 가능하다.
# 세종, 부산 스마트시티에 제품 적용… 스위스 기업과 독점 총판 계약도 체결 = NFLOW와 NDX PRO는 시뮬레이션의 규모에 상관없이 다양한 산업에 적용될 수 있다. NFOLW는 재난재해, 전기전자, 2차전지, 항공우주, 식품 제조공정, 환경 분야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레퍼런스를 축적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 서비스도 스마트시티, 재난재해 예방, 자율주행 및 교통체계, 빌딩 에너지 관리, 의료, ESG 분야 등 적용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NDX PRO는 세종과 부산 스마트시티에 디지털 트윈 서비스 적용이 되고 있는데, 수주잔고가 각각 100억원 규모에 달하며 3년간 매출이 인식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에이트는 올해 스위스의 이미지 기반 3D 모델링 기업 ‘픽스포디(PIX4D)’와 국내 독점 총판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장 확장의 든든한 기반을 마련했다.
NDX PRO와 픽스포디의 솔루션을 결합한 기술은 올해 하반기 론칭될 예정이다. 스마트시티,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 등 현재 진행중인 사업분야에 적용된다. 픽스포디는 220여개국 7만7,000개의 고객사를 보유 중이어서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트너십을 통한 사업확장 전략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16일에는 HFR모바일과 5G 특화망 인프라 사업분야에서 디지털 솔루션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MOU를 체결했다. HFR모바일의 5G특화망은 허가된 특정 사용자와 기기들만 접속할 수 있는 통신망으로, 스마트팩토리와 스마트시티 같은 미래형 네트워크 구축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NDX PRO는 경량화와 간소화를 모두 지원해 10배 이상의 3D 객체 동시 표출이 가능하며 온프레미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등 고객 인프라 환경에 따른 대응이 가능하다. 회사는 보안이 철저한 기업이 선호하는 온프레미스 방식으로 국내 기업에 올해 납품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 “올해는 턴어라운드의 원년” =이에이트는 지난해 매출액 37억원에 5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1133% 늘었고 영업손실 또한 22억원가량 줄였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액 4억원에 36억원의 적자를 냈다. 1분기 매출은 건물 디지털 트윈과 스마트시티 사업에서 일부 발생한 것이다. 2분기부터는 픽스포디와의 총판계약 체결로 라이선스 매출이 추가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공모 자금으로 자본잠식이 해소된 만큼 공기관 입찰에도 본격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독립리서치법인 밸류파인더의 서지혁 연구원은 “세계 최고 이미지 기반 3D 모델링 기업 픽스포디 협업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이 기대된다”며 올해는 매출액 112억원에 영업이익 13억원으로 흑자전환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02.7% 성장한 수치다.
서 연구원은 이어 “국내 대기업향 라이선스 판매를 시작하며 건물 및 계열사로 매출이 확장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올해를 턴어라운드의 원년으로 삼아 향후 매출 성장에 따른 영업레버리지를 기대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