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픽사베이
[더스탁=김동진 기자] 지난 수년간 거침없이 질주하던 이차전지 산업의 성장세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춤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유럽의회 선거, 미국 대통령선거, 전기차 수요둔화 등으로 이차전지 산업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미 국내외 주식시장에서 이차전지 종목들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관련 신규 투자도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악조건에서도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이차전지 핵심소재 스타트업들은 100억원이 넘는 대형 투자를 잇따라 유치하며, 사업확대에 나서고 있다. 투자사들도 이차전지 업황의 일시적 등락과 상관없이 장기적 시장전망에 따라 핵심소재 연구개발(R&D)과 생산시설 확충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리튬이온배터리 핵심 4대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시장규모는 2022년 549억달러에서 2025년 934억달러, 2030년 1476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고체 전지용 고체 전해질 전문기업 ‘솔리비스(대표 신동욱)’는 이날 기술보증기금과 코스피 상장기업, 벤처캐피탈(VC), 증권금융사 등 10여곳으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2020년 설립된 솔리비스는 전고체 전지 핵심 소재인 고체 전해질과 여타 주요 부품을 연구개발하고 양산하는 스타트업이다. 특히 이온 전도도가 뛰어난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을 대량 생산하는 공정기술을 보유했다. 전고체 전지는 기존 이차전지 배터리보다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가 높고 고온에서도 잘 견디는 특징을 지녔다.솔리비스는 이번 투자금을 양산공장 설립 및 연구소 내 파일럿 생산시설 증설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앞서 2021년 총 150억원을 투입해 경기도 하남미사지구에 중앙연구소와 파일럿 생산시설을 구축한 바 있다.
신동욱 솔리비스 대표는 이번 투자유치와 관련 “사상 최악의 투자환경에도 불구하고 시리즈B 투자유치에 성공한 것은 솔리비스의 ‘전고체 전지용 고체 전해질’ 양산기술이 시장을 석권할 최고 혁신기술임을 자본시장에서 인정받은 쾌거”라며 “2030년 전고체 전지 소재 분야에서 글로벌 1위 기업을 목표로 매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차전지 소재 전문기업 ‘씨아이에스케미칼(이하 씨아이에스, 대표 이성오)’도 지난 11일 국내 대형 사모펀드(PE)로부터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이로써 씨아이에스케미칼은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 라운드에서 기존 투자자인 MMS투자조합의 투자금 23억원을 포함해 총 123억원의 누적투자유치액을 기록했다.
2012년 설립된 씨아이에스케미칼은 고순도 알루미나 소재(순도 99.9% 이상)를 국산화해 일본에 역수출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업체이다. 이 회사는 이차전지 양극재 도핑 소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국내외 이차전지 소재 회사에 공급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으로 147억여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씨아이에스는 최근에는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구체용 원료 소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라남도 광양에 이차전지 양극재 전구체용 원료 소재 MHP(Mixed Hydroxide Precipitate, 니켈 수산화 침전물) 생산공장을 준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MHP를 상업 생산하고 있다. MHP는 양극재 전구체의 핵심 원료인 황산니켈 제조 시 사용되는 니켈 중간재다.
씨아이에스는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연내 코스닥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KB증권을 대표주관사로는 선정하고 빠르면 다음달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이차전지 핵심소재 개발 업체인 ‘이노에이블랩(대표 이경모)’도 지난달 말 부산연합기술지주로부터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투자금액은 비공개다.
2022년 6월 설립된 이노에이블랩은 저비용 공정의 고밀도 리튬인산철(LFP) 양극소재의 기술개발 및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부산연합기술지주 측은 “이노에이블랩 대표는 중국에서 수년간 이차전지 LFP셀 설계를 한 경험으로 향후 확장가능성이 큰 LFP의 양극활물질(리튬인산철)을 최적화 시켜 저렴하고 빠르게 생산 가능한 공법을 개발완료한 점과 구성원 모두 이차전지 소재 개발에 전문가 수준인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투자배경을 밝혔다.
한편 국내 이차전지 산업은 2010년대부터 전기차 중심으로 급성장해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의 중국외 시장 점유율은 2022년에만 53.4%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국외에서도 화석연료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 감축과 주요국들의 친환경 정책에 의하여 에너지 저장장치와 전기 자동차, 해양 전기선박 등의 전력 에너지 사용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이차전지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