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11월07일 (로이터/브레이킹뷰스) -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대한 엇갈린 시각과 대면하고 있다. 브렉시트를 선택한 영국 국민투표 결과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파운드 매도에 나서면서 파운드 가치는 폭락했다. 반면 영국 소비자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소와 다름 없이 행동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차가 수렴되며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가 경제성장률 둔화와 인플레이션 강화가 겹쳐 아슬아슬한 저글링 곡예를 해야 할 시점이 분명히 올 것이다.
6월 국민투표 직전과 직후 영란은행은 브렉시트 투표가 영국 경제와 금융에 미칠 피해에 대해 안절부절못했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이후 파운드 가치가 미달러 대비 20% 가량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받은 충격은 영란은행의 예상에 맞아떨어졌다. 반면 영국 경제는 중앙은행의 예상보다 훨씬 견조한 양상을 보였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0.5%로 양호했다.
이 차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카니 총재는 영국 소비자들이 개인적 경험에 따라 그들의 기대치를 조정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일단 지금으로선 실업률이 여전히 낮고 가처분 소득이 양호한 데다 은행 대출도 자유롭다. 반면 금융시장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유럽의 단일시장에 접근하도록 하는 협상 조건이 어떻게 될 지 예측하려 애쓰고 있다. 11월 3일(현지시간) 잉글랜드 고등법원이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협상 과정을 공식 개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회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고 판결한 이후 파운드 가치가 급등한 것만 봐도 그렇다.
앞으로 수입물가가 상승해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게 되면 희망적인 현재와 암울한 미래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들이 내년 들어 하나로 수렴되기 시작할 것이다. 또한 영란은행은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란은행은 2017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한편 2018년에는 성장률이 1.5%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2017년 4분기까지 인플레이션이 2.7%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한 마디로, 영란은행은 브렉시트의 고통이 아예 없어진 것이 아니라 뒤로 조금 밀렸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영국 경제가 물가 상승을 거치면서 더 많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영란은행은 새로운 도전과제들에 직면하게 됐다. 이제 영란은행에겐 경기침체 가능성을 우려하기보다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이 실제 인플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막는 일이 훨씬 더 시급해졌다. 이런 이유로 영란은행은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겠다는 이전 방침에서 물러나며 물가 상승을 용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브렉시트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될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카니 총재의 두 손은 저글링 공을 받아내느라 정신 없이 바쁠 것으로 보인다. (피터 탈 라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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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