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소주의 동남아시아 지역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류(韓流) 등의 영향으로 베트남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지역에서 한국 소주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한국 소주의 전체 수출액이 2013년 이후 5년 만에 1억달러를 넘어섰을지 주목된다.
동남아 수출 3년 만에 두 배로
6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베트남·캄보디아·태국·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아세안 10개국)로의 한국 소주 수출액은 1463만달러로 2017년 전체 수출액(1255만달러)을 넘어섰다.
한국 소주의 동남아 수출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15년 776만달러에서 2017년 처음으로 1000만달러(1255만달러)를 넘어섰다. 지난달 수출액을 더하면 지난해 수출이 3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급증한 셈이다.
반면 전통적으로 한국 소주의 최대 수출 시장이었던 일본 수출액은 감소하고 있다. 업계에선 반한(反韓) 감정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2015년 5618만달러였던 일본으로의 수출액은 2016년 5688만달러로 소폭 늘었다가 2017년 5426만달러로 감소했다. 지난해 11월까지 수출액은 4458만달러였다. 연말 ‘밀어내기’ 수출 물량을 감안하더라도 작년 실적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국 소주 수출시장에서 일본의 비중은 2015년 64%에서 지난해 50.6%로 떨어졌다. 반면 동남아 비중은 8.8%에서 16.6%로 크게 늘었다. 일본, 동남아에 이어 미국(1149만달러·수출 비중 13%), 중국(912만달러·10.4%) 순이었다.
한류 붐…한국 소주업체 적극 진출
한국 소주회사들은 최근 2~3년간 동남아 시장에 잇따라 진출했다. 한류 붐을 타고 현지에서 판매가 늘어나자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소주 수출 1위 업체인 하이트진로는 2016년 3월 베트남 하노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 2월에는 호찌민에도 지사를 세웠다. 작년 10월에는 하노이 끄어박 거리 대로변에 한국식 실내포차인 ‘진로포차’를 열어 향후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장할 기반을 마련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인구 1억 명인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한국 소주 소비량이 가장 많은 국가”라며 “베트남을 기점으로 필리핀 캄보디아 등에도 현지 사무소와 안테나숍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주 2위 업체인 롯데주류도 지난해 베트남 다낭 신국제공항 면세점에 ‘처음처럼’을 입점시켰다. 소주 4병을 8달러에 판매한다. 다낭 공항은 연 4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한 소주업체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K팝 등을 접한 동남아 소비자들이 한식과 더불어 소주를 즐겨 마시고 있다”며 “다른 술보다 가격이 비싸지 않은 것도 인기 요인”이라고 전했다.
동남아에서 한국 소주가 선전하면서 지난해 한국 소주 수출액이 5년 만에 1억달러를 넘어설지 관심을 끈다. 지난해 11월까지 수출액은 8814만2000달러로 집계됐다. 보통 밀어내기 수출 물량이 연말에 집중되는 만큼 12월 수출 실적에 따라 1억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 소주의 연 수출액은 2013년 1억751만달러를 기록한 뒤 일본 내 반한 감정과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줄곧 8000만~9000만달러에 머물러왔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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