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올 들어 큰 인기를 누렸던 여전채(여신전문금융회사채)가 최근 약세로 돌아섰다. 유럽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이 손실을 낸 여파가 채권시장에까지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전채는 카드채와 캐피털채 등 여신전문금융사에서 발행한 채권을 말한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A-’ 등급 3년 만기 여전채 금리는 20일 연 1.495%로 마감했다. 채권시장 전반의 금리 하락 추세에 따라 지난달 말(연 1.619%)보다 낮아진 것(채권 가격 상승)이지만 AA- 3년 만기 회사채와의 금리 차이(스프레드: 여전채-회사채)는 같은 기간 0.013%포인트에서 0.035%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지난 8일 여전채 금리(연 1.501%)가 회사채(연 1.504%)보다 낮아지며 초강세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급반전됐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연계형 DLS 손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DLS 발행사가 헤지 수단으로 들고 있던 여전채를 시장에 급매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주가연계증권(ELS)이나 DLS는 기초자산(주식·옵션·상품·금리 등)에 투자하면서 나머지를 채권으로 담는데, 손실 구간에 접어들면 헤지 필요성이 줄어 보유 채권 일부를 매도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카드채 등 여전채는 신용등급 대비 금리가 높아 ELS와 DLS의 헤지 수단으로 많이 쓰였다.
다만 DLS 손실이 여전채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ELS와 DLS 등의 총 잔액이 114조원에 이르는데, 기초자산 가격 하락으로 상환이 미뤄지고 있다”며 “만기가 길어지면서 증권사는 중기물 여전채 매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금리가 심화하는 점도 여전채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5년 만기 AA- 등급 여전채 금리는 연 1.718%로 같은 등급·만기의 회사채(연 1.607%)보다 0.1%포인트가량 높다. 김 연구원은 “고금리 채권 수요는 많은데 회사채는 공급 부족 상태”라며 “DLS 발행이 다소 위축될 순 있지만 고금리를 원하는 수요가 계속 여전채로 흘러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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