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6월14일 (로이터)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이번 주 또다시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양적완화(QE) 축소(테이퍼링) 방법과 시기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서방 국가들의 중앙은행은 전반적으로 서서히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 돌입하고 있는 듯 하다.
현재 글로벌 경제에서는 과거 경제 위기 상황에서 도입한 경기부양책을 철회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수년래 가장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고 채권 수익률, 인플레이션, 신용 스프레드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지속되고 글로벌 은행 시스템도 2008년과 비교하면 몰라보게 건전해졌다.
연준은 이미 세 차례나 금리인상에 나섰지만 경제나 금융시장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고 연준이 테이퍼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채권시장은 안정적 양상을 유지하고 있다.
연준이 먼저 방향을 틀면 다른 중앙은행들도 이를 따르게 돼 있다. 캐나다중앙은행은 이미 금리인상 신호를 보냈다. 각국 중앙은행이 이처럼 적절한 여건이 조성된 시기에 통화정책을 정상화하지 못하면 영영 기회를 잃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경제 여건이 그다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책입안자들은 통화정책 정상화로 국채 수익률, 금리, 자금조달 비용이 오르면 경제와 금융시장이 이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는데 이러한 우려에 전혀 근거가 없지 않다.
글로벌 부채는 사상최대 수준이고 서방국들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안정목표치를 하회하고 있으며 글로벌 주식과 채권은 사상최고 수준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테이퍼링이 시작돼 수조달러 규모의 채권이 이미 포화상태인 채권 시장에 풀리면 어마어마한 금융 및 경제 리스크가 발생할 것이다.
테이퍼링 규모 자체도 막대하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대차대조표는 지난 10년 간 15조달러로 10조달러 이상 불었다.
연준이 테이퍼링에 나설 수 있는 기회의 창도 좁지만, 다른 중앙은행에게 열린 기회의 창은 더 좁다. 미국은 현재 역사상 세 번째로 긴 경제 확장세를 보이고 있어 미국 경제 확장세가 머지 않아 둔화돼 세계 경제도 덩달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삭소뱅크의 스틴 야콥슨은 내년 말 글로벌 경기침체가 발생할 확률을 60%로 예측했다. 전면적경기침체는 아니더라도 지난해 10월 이후 미국 국채 수익률 커브가 평탄해진 것을 고려하면 향후 미국 경제성장세가 둔화될 것임은 확실하다.
글로벌 자금조달 비용이 역대 최저 수준이지만 자산 가격과 부채 규모는 사상 최고, 최대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부채 규모는 11조달러 증가한 217조달러 이상으로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325% 이상에 달했다.
MSCI 글로벌지수가 추적한 미국 및 세계 주식 가격은 사상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가 실시한 서베이에 참여한 펀드매니저 중 약 44%는 주식이 고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BAML이 관련 서베이를 실시한 19년래 가장 높은 비율이며, 닷컴버블이 한창이던 시기보다도 높은 비율이다.
유라이즌 SLJ 마크로파트너스의 스티븐 젠은 QE를 계엄령에 비유했다. 평화 시 계엄령이 실시되면 자산 거품과 같은 예기치 못한 파급 현상이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돼 버려 결국 계엄령을 철회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딱히 정확한 비유라고 볼 수는 없다. 중앙은행들이 평화 시에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도입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서방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경제성장세가 강화돼도 경제적 평화 시기는 좀처럼 도래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 있다.
씨티은행의 애널리스트들은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고 ECB도 테이퍼링에 나서고 일본은행도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자산매입 순규모가 선진국 GDP 대비로 지난해의 4.4%에서 올해는 2.9%로 줄고 2018년에는 거의 제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들은 시장이 테이퍼링에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경고했다.(제이미 맥기버 칼럼니스트)
** 본 칼럼은 제이미 맥기버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편집 장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