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31일 (로이터) - 장기간 고전해온 유럽의 좌파 진영에게 이번 겨울은 음침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불과 두 달도 안 되는 기간에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이탈리아의 마테오 렌치, 그리고 독일의 지그마르 가브리엘 등 중도 좌파 정당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칼날에 다쳤다.
영국 노동당의 집안 싸움은 공개적인 구경거리가 됐다. 그리고 브뤼셀의 좌파들은 유럽의회 의장직을 보수주의자에게 넘겼다. 이로써 유럽연합(EU)의 3개 최고위직은 모두 중도우파들이 장악하게 됐다.
하지만 보다 나은 시대를 향한 분명한 비전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온 유럽의 좌파들은 어쩌면 마침내 그들의 구세주를 발견했을 수도 있다. 이 구세주는 유럽 좌파들의 목적 의식을 회복시켜주고 만일 그들이 이 카드를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아찔한 선거에서의 잇따른 패배를 중단시켜줄 수도 있는 지도자다.
그의 이름은 바로 도널드 트럼프다.
미국의 새 대통령이 지난 한해 동안 좌우 양진영의 주류 정당들로부터 멀어지면서 포퓰리스트 주변 정당을 향해 기울어져온 유럽 정치의 흐름을 변화시킬 것으로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석가와 관리들은 트럼프의 승리와 그의 라이벌인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의 패배는 유럽의 좌파에게 일부 중요한 교훈을 주고 선거로 바쁠 올해 초 그들의 캠페인에 도움이 되는 가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금년에 유럽은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고 어쩌면 이탈리아에서도 선거를 치르게 된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 주가로 떠오른 올해 39세의 임마뉴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 그리고 올 가을 독일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도전할 사회민주당의 마틴 슐츠는 "유럽"과 "가치"라는 반(反) 트럼프적 주제에 역점을 둔 캠페인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셜 유럽의 에디터이자 런던경제대학의 리서치 어소시에이츠인 헤닝 메이어는 "좌파들에게는 이야기거리(narrative)가 필요하다. 그리고 트럼프와 브렉시트라는 현재의 흐름에서 볼 때 이들을 대체할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당신들 좌파 지도자들이 트럼프에 대한 지적 반대 세력으로 스스로를 꾸밀 수 있다면 진정한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편집 이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