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르트문트, 11월22일 (로이터/브레이킹뷰스)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총리직 4연임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의 4연임 성공을 예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 난민 위기 이후 메르켈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하고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2017년 총선에서 이러한 요인이 메르켈의 승리를 막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총리직 4연임에 성공한 이후에는 4번째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총리직에서 물러서는 것이 메르켈에게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메르켈 총리에게도 단점은 있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이미 그의 단점을 파악하고 있다. 메르켈은 재정지출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유로존의 회복세가 제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 몇 년 간 독일의 국경을 시리아 내전 난민에게 개방하는 등 그의 정치적 결정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독일에 이슬람 이주자들이 대거 유입되자 이에 반대하는 우파세력이 급부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5년부터 11년 간 총리직을 역임한 메르켈 총리는 유럽의 안정을 도모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냉철한 실용주의는 유로존 위기를 억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브렉시트)하기로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했을 당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을 포함한 여타 유럽 정계의 주요 인물들이 강경한 입장을 보인 반면 메르켈은 이를 누그러뜨리며 균형을 잡는 역할을 했다. 난민 수용은 독일 내에서 메르켈 총리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았지만, 대담한 인도주의적 결정으로 평가받으며 국제사회에서 독일의 소프트파워를 강화했다.
최근 AfD의 득세는 하나의 위협 요인이지만 감당할 만하다. 최근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측정된 '독일을 위한 대안'의 약 13%의 지지율이 앞으로 20%로 상승한다고 가정해도 내년 총선에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연립정당들이 여전히 의회의 과반의석을 차지할 것이다. 아직까지 AfD에 손을 내민 주요 정당은 하나도 없다. 내년 초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백악관에 공식 입성하고 브렉시트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처럼 불안정한 국제 정세에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이가 바로 메르켈이다.
이런 이유로 메르켈은 내년 9월 치뤄질 총선에 승리해 총리직을 4년 더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4번째 임기를 끝까지 수행하지 않을 수 있다. 메르켈이 2021년까지 임기 4년을 꽉 채운다면 헬무트 콜 전 총리의 최장 총리직 수행 기록인 16년과 동일한 기간 동안 총리직을 맡게 되는 것이다. 다만 콜 전 총리가 5연임에 실패한 만큼 메르켈은 콜의 실수를 되풀이 할 의향이 없어 보인다.
메르켈은 내년 총선 이후 2~3년이 지나면 총리직에서 물러나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국방장관 또는 토마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 등 후계자들에게 자리를 내줄 수 있다. 브렉시트 협상이 진행되는 중대한 과정에는 독일 총리 자리를 지키지만 2~3년 후에 스스로 물러나면서 후계자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고 2021년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적 이점을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의 시대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으로 향하고 있다. (올라프 슈토르벡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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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