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이달 하순 5일간 부산공장 문을 닫는 방안을 검토한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 생산을 맡긴 일본 닛산이 물량을 40% 줄이겠다고 통보하면서 후폭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본지 3월 27일자 A4면 참조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지난주 노동조합에 “파업이 계속되면 최대 5일간 공장 가동을 멈출 수 밖에 없다”고 통보했다. 부산공장 전 직원이 5일간 연차를 쓰는 식이다. 단체협약에 명시된 ‘프리미엄 휴가’ 제도를 활용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프리미엄 휴가는 명절 또는 연휴에 1~2일씩 전 직원이 연차를 내는 ‘사내 복지’ 용도로 쓰였다. 전 직원이 5일 연속 프리미엄 휴가를 쓰고 공장 문을 닫는 건 이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부터 부산공장 일감이 20%가량 줄어든다”며 “공장을 100% 가동했다간 재고만 쌓이기 때문에 일종의 셧다운(공장 가동 중단)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공장의 일감이 줄어든 건 로그 수탁 물량이 급감한 탓이다. 닛산은 지난달 르노삼성에 “노사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로그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올해 위탁 물량을 10만 대에서 6만 대로 조정하겠다”고 통보했다. 르노삼성은 이달부터 로그 생산량을 40% 줄여야 한다. 로그는 부산공장 생산량의 약 49.7%(지난해 기준)를 차지한다.
르노삼성 협력업체들도 “노조가 비정기적인 파업을 반복해 피해를 떠안고 있다”며 “차라리 일시 셧다운을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노조가 전날 또는 당일 파업 일정을 공개하는 바람에 협력업체 직원들이 출근했다가 일감이 없어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한 협력사 대표는 “파업 일정이 사전에 공지되면 거기에 맞춰 공장 문을 닫으면 되는데 갑자기 파업하면 대비할 수 없다”며 “일거리는 없는데 직원 인건비만 나가는 일이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일부 협력사는 공장 폐쇄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기적인 셧다운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분간 부산공장 일감이 늘어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로그 수탁생산 계약이 끝나는 오는 9월 이후에는 일감이 더 줄어든다. 내수 부진도 장기화하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타결이 늦어지면서 노사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번주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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