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월8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달러/원 환율 하락에 제동이 걸렸다.
재정정책 확대에 대한 당초 기대와는 달리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를 전면에 배치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스탠스에 하락일변도 흐름을 보였던 환율은 일단 1130원대에서 브레이크를 작동시켰다.
달러/원 1130원 레벨은 트럼프 당선 때의 환율로 미국 신행정부의 정책 기대감을 반영하기 이전 수준이다. 결국 트럼프 정책에 기댄 달러 롱포지션이 중립적인 위치로 돌아온 셈이다.
3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로이터 계산에 따르면 투기세력들의 달러 순롱포지션은 4주째 감소해 작년 10월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원 1130원대에서는 단기 저점 인식이 팽배해 있지만 시장참가자들은 환율 양방향 가능성을 계속 저울질하며 이후 나올 변수를 주목하고 있다.
▲ 역외의 손바꿈?
어제 환율이 하루 만에 1130원대에서 1140원대로 반등하는 과정에서 역외세력들의 달러 매수세가 돋보였다. 단기 바닥 인식에 따른 차익실현과 기술적 반등 시도 등 여러가지 해석이 있었지만, 결국 역외들의 손바꿈이 지속될지가 관건이다.
한 은행의 외환딜러는 "전일 환율의 강한 반등은 역외 주도였다고 본다"면서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역외들의 선제적인 움직임인지 아니면 기술적인 차익실현인지 아직은 불명확하다"면서 좀더 이들 패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위안화 향방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근 6년 만에 3조달러 밑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7일 국가외환관리국은 중국인민은행의 외환 매도가 외환보유액 감소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밝혔다.
삼성선물의 전승지 연구원은 이에 대한 시장 영향이 크지 않은 데 대해 "최근 중국 자본통제 강화 등으로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낮아졌고, 중국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관리 능력도 궤도에 올랐다고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 연구원은 "중국 당국도 외교적으로도 위안화 가치 절하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확인시킬 수 있어 3조달러 방어에 집착하지 않은 듯 하다"고 덧붙였다.
노무라의 6일 FX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노선이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 개입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다만 위안화 약세에 대한 리스크는 여전하다. 올 초만 하더라도 중국 외환보유액 3조달러 하회시 달러/위안이 7위안 대로 상승, 이같은 메카니즘이 달러/원 상승 재료였던 만큼 서울 환시는 당분간 달러/위안 흐름을 재주목할 전망이다.
▲ 美ㆍ日 정상회담
트럼프의 엔저 유도 비판 이후 이번주말에 열리는 미ㆍ일 정상회담에서 환율과 관련해 강경한 발언이 또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트럼프발 강달러 우려 발언에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렸던 점을 감안하면 이에 따른 여파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6일자 보고서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환율에 대한 우려를 키우기보다는 완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르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아베노믹스'가 지지받고 있어 아베가 일본은행의 정책이나 환율 약세를 제한하는 딜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달러/엔에 대한 불리시한 입장을 고수했다.
▲ 조선사 언와인딩 여부
글로벌 유전개발 회사인 시드릴(Seadrill)의 파산 우려가 부상하면서 국내 조선업체들의 발주 취소와 인도 지연 등으로 2조원이 넘는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 환시도 이를 주시하고 있다.
추후 상황을 봐야 하지만 파산에 따른 조선사들의 언와인딩 가능성을 두고 시장참가자들은 잠재적 달러 매수 수요로 감안하고 있다.
다른 은행의 외환딜러는 "아직 파산이 확정된 게 아니므로 실수요가 들어왔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면서도 "대외 정치적 불확실성과 함께 이같은 수급 재료로 달러/원이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기가 부담스러워졌다. 환율 하단이 막히는 분위기는 맞아 보인다"고 말했다.
(편집 유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