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루/브라질리아, 3월14일 (로이터) – 브라질 주요 도시에서 13일 수 많은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좌파 지도자 호세프는 한 세대만의 최악의 정치, 경제적 위기에서 브라질을 건져 내야 하는 어려운 입장이 됐다.
브라질 내 반정부 시위는 지난 해 말 그 동력을 상실했으나 최근 전방위적인 부패 수사가 호세프의 핵심 세력을 겨냥하면서 다시금 힘을 얻고 있다.
일요일의 대규모 시위로 분열된 의회가 현재 진행 중인 호세프의 탄핵 절차를 지지할 지가 관심 거리로 등장했다.
얼마나 많은 브라질 국민이 전국적인 시위에 참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정부 소식통은 이번 시위가 최대 1백만이 모였던 2015년 3월 반정부 시위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전했다.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수 만명의 시위대는 노랑과 초록의 국기 색깔 복장을 한 채 "지우마 아웃", "부패 중단" 등의 구호가 적인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브라질 최대 도시이자 금융 수도인 상파울루의 한 시위 참가자는 "나는 그녀의 탄핵과 새로운 선거를 지지한다. 왜냐하면 2014년 대통령 선거는 부패에서 나온 더러운 돈으로 치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많은 브라질 국민은 호세프가 나라를 지난 25년 이래 최악의 경기 침체에 빠뜨렸다는 생각이다. 여론조사 결과 브라질 국민의 절반 이상은 그녀의 탄핵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세프는 2014년 근소한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호세프는 중남미에서 곤란한 입장에 처한 좌파 지도자 중의 한 명이 됐는데 중남미는 10여년 간 지역 내 고속 성장을 떠받쳐 온 상품 시장의 급격한 몰락에 따른 사회적 격변을 겪고 있다.
시위에 앞서 상파울루주 검찰은 돈 세탁 혐의로 호세프의 전임자이며 멘토였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체포를 요청하면서 긴장을 고조시켰다. 법원은 검찰의 체포 요청에 대한 결정을 아직 내리지 않고 있다.
지난 시위와 마찬가지로 일요일 시위는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호세프 정부에 분노하는 중산층이 주도했다.
브라질 집권 노동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빈민 계층은 최근 시위에 적극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물가 상승률이 가팔라지면서 이들은 하나둘 씩 호세프에 대한 지지를 거두기 시작했다.
수도 브라질리아 시위에서는 죄수복을 입고 ‘세차작전(Operation Carwash)'이라고 쓴 쇠 공에 묶인 거대한 룰라의 인형이 등장했다. 세차작전은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Petrobras)의 수사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경찰은 브라질리아에서만 10여만명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반면 상파울루 룰라의 자택 밖에서는 붉은 셔츠를 입고 "쿠테타는 안돼"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흔드는 친정부 시위대도 눈에 띠었다.
일반의 분노는 최근 수주 간 집권당 소속 의원들이 플리바겐(plea bargain) 조건으로 호세프와 룰라가 페트로브라스 수사를 방해했다고 증언한 후 증폭됐다.
2년여 간의 페트로브라스 수사는 호세프과 그녀의 연정 파트너 브라질 민주운동당(PMDB)과의 관계마저 흔들고 있다. PMDB는 12일 전당대회에서 집권여당 노동당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야당편에 서겠다고 위협했다.
지지도가 바닥 수준인 호세프는 자신은 사임하지 않을 것이며 반대자들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니엘 플린 기자; 번역 최정숙 기자)